표지와 뒷면 그리고 내용까지 모두 버스 안에서의 모습을 담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저자와 함께 버스 뒤로 한 칸씩 이동하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어릴 때부터 버스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눈빛으로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상상하는 게 즐거웠다고 한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넘길 때마다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내가 마주했던 사람들처럼 친근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매일 같아 보이지만, 또 다른 버스
대부분의 청춘이 그렇듯이 나도 버스에서 청춘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 매일 1시간씩 하루면 꼬박 2시간 한 달 최소 40시간 이상을 버스에서 보냈고, 일 년이면 20일을 버스에서 보냈다. 그렇게 20대 대부분의 시간을 버스에서 보냈다.
그 시간의 모습은 매일 같아 보이지만 달랐다.
때론 멍 때리며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친구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하며 갈 때도 있었고, 시험 전에는 항상 메모한 종이를 보고 암기를 하며 갈 때도 있었고,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을 때도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버스 안에서 사람들과 보냈다.
불편하더라도 빨리 가고 싶어
조금 일찍 준비하면 되는데 항상 10분만큼만 지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 덕에 버스를 기다리는 것도 늘 시간이 부족해서 많이 뛰어다녔다. 한 번에 앉을자리가 있는 버스가 있어도 늘 빨리 가고 싶어서 환승을 하고 서서 가는 버스를 선택했지만, 결국 도착시간은 불과 10분 빨리 도착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빨리 가려고 했을까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앉아서 가는 걸 선호하고 운전을 하게 되면서 더 이상 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버스에서 마주하던 사람들의 모습도 희미해져 갔는데 오랜만에 버스 안에서의 추억을 떠올려 본다.
지금도 가끔은 운전하지 않고 싶은 날은 버스를 타는데 참 어색하지만 참 좋다.
운전을 하면 도착지까지 도로와 차선과 차들, 내비게이션만 바라보게 되는데, 버스 안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 음악소리, 창밖의 풍경, 정류장 벨소리.. 참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일상이 여행이 되는 순간
매일 같던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학창 시절 친구와 나, 둘 다 모험심이 강했는지 누군가 어느 날 갑자기 버스 여행을 제안했고 바로 실행되었다.
바로 버스카드 한 장만 있으면 되는 여행!
특별할 건 없었다.
바로 무작위로 오는 시내버스를 타고 내리고 싶은 정류장을 정해 두지 않고 계속 버스를 환승해서 떠나는 여행으로 도착지를 정해두지 않고 떠난다는 게 무척 흥미로웠다. 평소에 가보지 않은 곳에서 내려서 이곳저곳을 헤매며 걷다가 시장에서 히죽히죽 웃으며 먹었던 국밥 한 그릇이 참 즐거웠다. 그렇게 다시 버스로 돌아오는 정류장을 찾으라 애를 먹었지만 그 친구와의 버스여행은 소소하지만 스릴 있는 여행으로 기억된다.
시간이 몇 년 지나고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그 친구는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하는 친구를 보며, 그 꿈이 참 친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