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욕의 택시 운전사

by 미쓰당근


‘뉴욕’ 하면 떠올리는 대표적인 것들 중 하나가 택시다. 일명 ‘옐로우 캡’이라 불리는 뉴욕의 노란 택시는 영화에도, 뉴욕의 풍경을 찍은 사진에도 숱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뉴욕에서 정작 옐로우 캡을 이용할 일은 없었다. 워낙 대중교통이 편리한 데다 교통 정체가 심한 시내에서 굳이 비싼 택시를 타지는 않으니까.

대신 뉴욕의 JFK 공항에 도착해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시내로 이동할 때는 택시를 이용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나도 공항에서 동생의 집으로 이동할 때 몇 번 택시를 탔다.


그런데 내가 이용하는 택시는 일반적인 옐로우 캡이 아니라 한인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한인 택시’다. 톡 또는 콜로 예약해 이용하는데, 여행 가이드에도 나와 있지 않고 외관상으로도 택시인지 알 수 없기에 어느 정도의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버 택시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지 일반 택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한국인 기사님이니 목적지를 안 되는 영어로 떠듬떠듬 읊지 않아도 되며, 한국의 택시 기사님들처럼 갈 만한 곳까지 추천해 주니 꽤나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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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조금 늦은 시간에 공항에 도착해 예약해 둔 택시를 찾았는데, 기사님과 소통이 잘 안 된 건지 한참을 헤매다 택시를 타게 되었다. 14시간이 넘는 비행에 몸은 지칠 대로 지친 데다 캐리어 끌고 이리저리 헤맨 탓에 조용히 쉬면서 가고 싶었다.

그런 나의 맘과는 달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 가는 기사님. 쉰은 훌쩍 넘어 보이는 기사님은 뉴욕에 오면 여기는 가봐야 한다, 이건 꼭 해라 등등의 여행 팁 보따리를 풀었다. 그러다 이야기 끝에 부모님 돌아가신 후로는 안 갔으니 한국에 다녀간 지 10년은 넘은 것 같다면서 요즘 한국은 어떤지 물었다. “엄청 많이 변했지요.”라는 뻔한 말 말고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뉴욕에 사신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 되물었다.


뉴욕에 온 지는 20년도 훨씬 넘었다고 하며 대학생이었던 5.18 민주화 운동 시기에 수배를 피해 미국에 왔는데, 어쩌다 보니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다며 웃었다.

5.18 민주화 운동을 비롯해 민주화 항쟁이 한창이었던 시기에는 어려서 사실 아무것도 몰랐다. 성인이 된 후에야 영화나 책 등을 통해 그 시대의 아픔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시대를 관통해 살아온 어느 평범한 한 사람을 지구 반대쪽 뉴욕의 택시 안에서 만나게 되다니.

예전에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를 읽으며 망명자의 삶에 대해 느꼈던 미안함과 안쓰러운 어떤 감정이 되살아나서 그런 건지, 그 짧은 만남이 왠지 특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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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택시비에도 팁이 붙는단다. 식당에서는 음식값의 15~20%의 팁을 주어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택시 기사에게도 팁을 주어야 하는지 몰라 정확하게 나온 금액만 지불하고 내렸는데.

20년을 넘게 뉴욕에서 미국인으로 살고 있지만 팁 문화를 모르는 같은 민족 동포에게 팁을 달라고 이야기하지 못한 기사님. 그는 아직 뉴요커가 아닌 한국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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