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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아름답게 떠나고 싶었습니다만 0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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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미쓰당근 Oct 24. 2021

최선의 위로

회사가 매출이 떨어져 적자가 지속되면 가장 먼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인원 감축이라는 건 모르는 바 아니다. 회사 측에서도 뼈를 깎아 내는 아픔으로 직원들을 내보냈을라나? 글쎄, 그럴지도.

그럼에도 권고사직이 부당하다고 느꼈던 건 권고사직 대상자의 선별 기준이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기준이야 설명하기 나름이니, 그 기준의 본질은 결국 회사에 보탬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것이겠지만. 정작 사업의 큰 방향을 결정했던 책임자들은 자리를 보존하고, 축소되는 사업이나 업무 위주로 대상자를 불가피하게 선별했다는 그럴싸한 설명 역시 고개가 갸우뚱되는 점이 많았다. 그보다는 나이 많고 경력 높아 월급 많이 가져가는 직원, 회사의 권력자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아 눈 밖에 났거나, 또는 실제 하는 일보다 입으로 하는 일이 훨씬 많은 이들과 달리,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일(?)만 하느라 존재감 없었던 직원 등이 선별되었던 건 아닌지. 물론 정말 일하는 데 문제가 있던 직원이 선별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네 자신이 권고사직자이니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내가 대상자가 되기 이전에도, 먼저 회사를 떠나야 했던 선배와 동료, 후배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었다. 떠나는 자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면서도 애써 그런 불편한 생각을 깊이 하지 않으려 했을 뿐.

결국 내 자신이 ‘권고사직’으로 떠나는 대상자가 되어서야 그 불편했던 마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거다.

이전에 동료들이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날 때는 몰랐다. 아니, 사실은 그 마음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뒤통수 맞은 것 같은 그 상황이 화나고 속상하고 허무하겠지.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사람을 소모품처럼 여기며 어려울 때 헌 신 버리듯 내치는 회사라면 차라리 ‘위로금’과 ‘실업 급여’라는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받을 수 있을 때 떠나는 게 나을 수도 있지 않나 생각했다. 나빠질 대로 나빠진 분위기 속에서 버티다 끝내 스스로 나가는 것보다는.

또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됨에도, 부당하다 생각하는 일에 맞서 정당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단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겼다. 버텨 봤자 결국 구질구질한 꼴만 당할 거라고. 모두가 함께 버팀목이 되어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행동하기엔 이미 회사에 남은 애정이나 기대가 사라진 상태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음 차례가 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다니는 남은 우리나 떠나는 너희나 결국은 다 같은 처지라면서, 너무 마음 상해하지 말고 차라리 지금을 좋은 기회로 생각하라고 했던 말들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위로’라고 했던 그런 말들이 상처가 될 수도 있었음을, 어떤 마음으로 퇴사까지 남은 시간을 견뎠을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설사 경제적인 실리를 얻었다 해도 어쨌거나 자신이 내린 주도적 결정이 아니기에 ‘잘렸다’라는 비수는 크던 작던 간에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다는 것을 내가 권고사직으로 떠나는 입장이 되어서야 알았다.

인간은 ‘공감’이라는 훌륭한 능력을 가졌지만(물론 개인차는 있겠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그 마음을 똑같이 느낄 수 없고 미처 생각지 못하는 부분이 있나 보다. 그저 그 감정을 짐작하는 것일 뿐. 이제는 내가 상대방이 처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 일을 겪어 보지 않았다면, 그 마음을 다 알고 이해한다고 위로하진 않으리라. 그저 ‘네가 그런 일을 겪어 내 마음도 아프고 속상하다’는 나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상대에게 진심으로 전하는 것이 최선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