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Apr 12. 2017

사람과 사람 사이

일상의 기록#3







#

누군가 나의 일상으로 들어온다는 건 의외로 중요한 일이다. 나의 하루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모이고 모여서 나의 한 달과 더 나아가 올해를 되돌아봤을 때 좋은 한 해를 보내는가 떠올렸을 때 미소 지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만나야 하는 사람보다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더 애착이 가기 마련이다.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휴일을 누군가와 보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과 나의 간격이, 발걸음이 조금씩 차이가 난다면 어느 순간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나의 연락에 시큰둥한 반응이 이어지고, 관심 없는 표정과 말투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 역시도 자연스레 멀어질 수밖에.



#

나중에, 다음에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었다. 처음 만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던 찰나에 나중에 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에 보는 것도 아닌 나중은 도대체 언제일까. 굳이 나중이 언제냐고 물어보고 싶지는 않아서 알겠다고 했지만, 다시는 보기 힘들겠지 싶다. 길가다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만나면 나중에, 다음에 밥 한번 먹자고 말하지만 결국 밥을 먹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나중으로 미루면 그게 무엇이든 일이 되어버린다. 청소를 미루면 날을 잡아서 청소를 해야 하고, 내야 하는 돈을 나중으로 미루면 목돈이 되어서 갚는 게 커다란 일이 돼버린다. 나중에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커다란 일이 되기 전에 다음으로 미루지 말아야겠다.




#

여우가 말했다. "비밀을 알려줄게. 중요한 건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중요한 건 눈으로 보이지 않아." "나는 너에게 다른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 똑같은 한 마리의 여우일 뿐이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하겠지. 넌 내게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야"


가끔 차라리 눈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무척 궁금하다. 과연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본다면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을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실제로도 눈으로 보이는 외적인 부분 말고 더 중요한 건 상대방이 나를 느끼는 감정, 마음 상태, 태도가 아닐까. 마음을 나누지 않았다면 그저 북적이는 명동의 한 복판에서 우연히 지나쳐서 얼굴 한번 쓱 보는 것과 별단 다르지 않다.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

나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났다. 만나기 전에 굉장히 다급해 보였고, 자세히 들어보니 나 이외에도 여기저기 알아보다 내 답변이 늦어져서 좀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내 입장에서는 그저 같이 일하고 싶을 뿐이겠거니 했지만 역시 내 생각은 내 생각이었고, 상대방의 입장도 분명히 존재했다. 뭐 어쨌든 서로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으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더 늦게 답했거나, 조금 더 급하게 만남을 추진했다면 또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다. 분명한 건 가장 좋은 타이밍은 존재하지만, 그 타이밍을 잡기란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예전부터 느끼는 사실이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다른 부수적인 요소보다 타이밍만이라도 잘 잡으면 더 나은 행복에 다가가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생각의 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