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별 May 15. 2017

인생은 선택의 연속

#일상의 기록#13

#

인생은 선택의 연속.

4년 전 어떤 친구와 다투고 연락을 끊었다. 정확히 무슨 이유에서 싸웠는지 지금에서야 기억조차 안나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중요했었나 보다. 평소에 타던 버스를 간발의 차로 놓치고 집에서 조금 더 걸어 나와서 버스를 타게 되었고, 버스에 타서 어디에 앉을지 자리를 찾던 중 4년 전에 싸웠던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정말 신기하게도 당시에 들었던 그 어떤 감정들보다 반가움이 먼저 나왔다. 


나에게 먼저 화해하자고 연락을 참 많이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도저히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화해를 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으니까. 시간이 지나고 다시 그 감정들을 들여다보니, 그 당시에 내가 그렇게 실망하고 화낼 일이었나 싶기도 했다. 뭐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웃으며 말할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에는 내 나름대로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선택이었겠지. 


그동안에 방치해둔 감정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4년 전에 나를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었다. 상처가 잘 아물어서 이제는 상처라고 말할 수 없게 되었지만, 지금 내가 겪는 감정들도 언젠가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내가 아침에 조금 더 일찍 나와서 다른 버스를 탔더라면 그 친구를 못 만났을 테고, 자연스레 또 4년 전 그 감정들은 방치되어서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겠지. 


집을 치우면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 있다. 오랜만에 큰 맘을 먹고 대청소를 하다 보면 이 물건을 버릴까 말까 하는 순간들이 온다. 어려서부터 그렇게 아끼던 디지몬 카드, 유희왕 카드가 이제는 단순히 종이로 밖에 보이지 않을 때 이게 뭐라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을까 하면서 말이다.


오늘의 선택이 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그 결과가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사소한 선택이 나의 하루를 결정하듯이, 오늘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난 것도 내 인생에서 어떤 식으로든 많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시 그 친구의 연락을 안 받은 것을 계기로, 나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느 순간 침묵하기 바빴다. 사실은 두려웠는지도 모르겠다. 더 깊어지거나 그만두는 과정이.


4년 전 친구와 싸우고 결별을 선택했을 그 당시에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도 있었을 테지만, 지금 내가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 같다. 결별을 하더라도 최소한 이야기라도 좀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며 괜찮아지는 건 생각보다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고 말이다.


그 친구와 나는 인연인지 악연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겪고도 비슷한 이유로 또 싸우니까.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과정이 익숙해져서 다시 또 친하게 지내다가 멀어지더라도 언젠가 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걸 아니까 마음이 그렇게 싱숭생숭하지는 않는다.


우연한 작은 선택의 변화가 4년 전 나의 감정들을 깨웠다. 그 깨어난 감정들로 인해서 앞으로의 내 삶에서 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진 당장 알 수 없다. 그러나 참 다행스러운 건 4년이나 걸려서 발견했으니 다행이지 더 늦어졌다면 아마 나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바뀌기 어려웠을 거 같다. 


죽을 때까지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겠지만, 적어도 오늘 5분 정도 늦게 나온 선택은 인생을 살면서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이전 06화 일상으로의 초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