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by 시원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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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keshaw, 출처 Unsplash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매일 아침 일찍 황금알을 낳기 위해 집을 나선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황금알을 낳아 주인아주머니에게 준다. 그러면 주인아주머니는 수고했다며 황금알을 받는다. 이번에도 황금알을 무사히 건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황금알을 낳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요즘은 더 그렇다. 황금알을 낳기 위해서는 매일 일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요즘 조류독감으로 인해서 새들의 왕래가 줄어들었다. 그래서 황금알은 낳는 건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닌가보다. 적당한 운도 필요해 보인다. 절약으로 간간히 황금알의 틈을 메우기 하지만 너무 얇아 보일 때가 있다. 아무리 절약을 해도 황금알을 낳기 위한 각종 재료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황금알을 만드는 비용보다 더 많이 들 때도 있다.


매달 황금알을 낳기 위해 애를 쓸 때면 갑자기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서 긴 부리로 사정없이 휘둘려 대지만 주인아주머니는 나를 꼭 안아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한다. "괜찮아, 다 잘될 거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렴" 화를 낼 거라 생각했던 내 예측이 빗나간다. 기분이 묘하다. 이것은 앞으로도 황금알을 계속 낳아야 한다는 계획된 아주머니의 위로다.


한 번은 주인아주머니를 속이려 했다. 아니 여러 번..이다. 사실 매달 황금알을 낳다 보면 피곤하다. 새로운 것에도 활력을 얻고 싶어 진다. 그럴 때면 친구인 오리와 백조와 같이 새로운 연못으로 놀러 간다. 간 김에 오리발도 새것으로 장만하고 깃털에 기름칠도 한다. 결국 그달은 깨진 황금알을 주인아주머니에게 준다. 주인아주머니는 깨긴 황금알을 보며 조각은 어디 갔냐며 묻는다. 나는 친구 오리와 백조를 팔거나 조류독감 이야기를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내 말을 듣고는 아무 말 없이 깨진 황금알을 가져간다. 꼬치꼬치 물을 줄 알았던 예상이 또 빛 나가니 불안하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주인아주머니는 깨진 황금알에 대해 묻지 않는다. 평소와 다를 것이 없는데 마음이 소란스럽다. 도둑이 오리발 저린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인지 새로 산 오리발을 신고 있으며 발이 저리다. 결국 사실대로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하고 합당한 벌을 받는다. 벌이라면 황금알을 좀 더 크게 만드는 일이다. 차라리 화를 내지.... 매번 느끼지만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다.


황금알을 낳는 데는 운도 필요하다. 그런데 운이 벅찰 정도로 들어오면 가끔가다 황금알을 두 알을 만들 때가 있다. 하나를 숨길까? 생각하지만 부처님 손바닥이 주인아주머니다. 주인아주머니는 내가 건넨 황금알 두 알을 보며 기뻐한다. 그 모습에 왠지 기분이 좋고 뿌듯하다. 주인아주머니는 고생했다며 내 날개를 쓰다듬어 준다. 숨기질 않길 잘했다. 오늘은 내가 일 순위다. 주인아주머니는 연락 비둘기를 통해 내가 먹고 싶은 각종 물고기를 시킨다. 그런데 배달 비둘기가 가져온 건 온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뿐이다. 나는 주인아주머니를 째려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주인아주머니는 농담 삼아 황금알 세알도 도전해보라 한다. 그러면 나는 아주 조용히 주인아주머니가 눈치 못 채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음식을 먹는다.


황금알을 낳는 것이 곧 끝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벌써 20년이 넘도록 황금알을 낳고 있다. 올해는 유난히 조류독감 때문에 힘들었다. 그 속에서도 나는 황금알을 계속 낳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감사하다.


나는 황금알을 낳는다. 내 친구인 오리도 백조도 황금알을 낳는다. 그리고 황금알을 낳는 수많은 새들이 있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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