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언 그 위대한 질문 100일

아내의 숨소리

by 시원시원

새벽 5시 알람이 울린다. 소리를 들은 몸은 아무런 저항 없이 일어난다. 이불의 편안함과 꿈의 달콤함의 방해는 없어졌다. 드디어 새벽 기상이 습관이 된 것이다. 습관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저항 없이 하는 것, 즉 몸의 시간이다. 누구는 한 달이면 습관이 된다지만 나는 새벽 기상을 한 지 3년이나 흘렀다. 이제야 5시 기상이 편한 느낌이 든다. 같이 시작한 운동, 독서, 글쓰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아침 8시 아내와 함께 러닝을 하러 개천가 옆 산책 코스로 향했다. 아내는 러닝을 한 지 2주 되는 런닝 어린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리더가 되어 아내의 러닝을 이끌어 주려 한다. 오늘 우리의 목표 거리는 4킬로미터이다. 평소에 많이 뛰어본 코스라 대충 어디에서 되돌아오면 그 거리가 되는지 알고 있다. 아파트에 나서면서 나는 '출발'이란 소리를 아내를 보며 말했다.


내가 앞서고 아내는 뒤따라 달렸다. 산책길로 들어서자 뒤따라오는 아내의 발소리가 선명히 들렸다. 거친 숨소리도 들렸다. 나의 신경은 아내에 모든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내의 소리가 멀어지면 천천히 뛰고 가까워지면 조금 더 속도를 높였다. 뛰는 내내 나의 숨소리, 발소리는 아내의 숨소리 , 발소리의 리듬에 정확히 일치하고 있었다. 문득 '아내의 소리에 내 모든 신경을 집중했던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났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뒤돌아 봤다. 아내는 묵묵히 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부부란 달리기와 같은 것 같다. 너무 가깝지도 않게, 멀지도 않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같은 목표를 향해 지금처럼 달리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목표 거리를 완주하였다. 난생처음 4킬로미터를 뛴 아내의 표정이 꽤나 만족스러워 보였다. 나도 아내의 느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성취감도 있을 테고, 더 먼 거리를 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을 테고, 다음 목표에 대한 설렘도 있을 테다. 오늘 목표를 완주했으니 자신에게 주는 상이 필요하다. 나는 아내와 함께 집 앞 카페에서 차와 커피를 마시며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종종 매장에 오는 손님들 중에는 신경을 거스르는 말을 하곤 한다. 자신의 위치를 나에게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며칠 전 손님이 매장에 들어오자마자 '이 가격으로 해주시면 할게요' 라며 쏘아붙이듯 나에게 말했다. 나는 '손님, 전 그 가격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님은 '다른 곳에서는 되던데, 왜 여기는 안되죠?"라며 따져 물었다. 다른 곳?, 그렇다. 손님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가격을 흥정하고 다녔던 것이다. 물론 손님의 행동이 잘못된 건 아니다. 마땅히 같은 물건이라면 싸게 사면 이득이니까, 하지만 나를 대하는 말이 문제였다. 나는 '그럼 다른 곳에서 사시면 될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손님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매장에서 나갔다. 만약 손님이 정중한 말로 부탁을 했더라면 나는 가격을 네고 해주었을 거다.


물론 예의 없는 손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예의가 있는 손님들이다. 가격을 흥정할 때도 최대한 예의가 있게 말한다. 나는 이런 손님에게는 내 할 일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주려 노력한다. 때로는 내가 할 일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릴 때도 있지만 예의에 대한 나의 성의라 생각한다.


말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다. 예의가 없는 말을 한다면 돌고 돌아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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