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나는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들과 화상채팅으로 오늘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모임의 주선자가 나라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토요일이라 차가 막히지 않아 6시 20분에 매장에 도착하였다. 노트북을 꺼내어 놓고, ZOM을 켜고 카톡에 방주소를 옮겼다. 지인들을 기다리는 동안 커피를 내리고 음악을 틀었다.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신경청소혁명 책을 펼쳤다. 평소보다 이른 출근에 아직 밖은 어둑했다. 매장 조명을 얼마 전에 전구색으로 다 바꿔서 분위기가 참 따뜻했다. 나는 그 조명아래서 책을 읽었다.
7시 약속시간이 다 되었지만 지인들의 눈은 아직인가 보다. 좀처럼 카톡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신경 쓰지 않으려 하지만 노트북에 안쓰러운 내 모습이 보였다. 15분이 지났다. '전날 카톡을 올려야 했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어제 지인들이 기억할 거라 믿었다. 나의 믿음이 잘못된 걸까? 그날 만나기로 서로 동의하지 않았던가?
지인들과 안 지는 3년쯤 되었다. 습관 고치는 강의에서 만나 지금껏 연락을 하며 지냈다. 처음의 열정적인 만남은 시간이 지나면서 뜸해지고, 그 시간들이 익숙해져 갔다. 만남도 마찬가지였다. 익숙하다는 말이 약속을 안 지켜도 된다는 것은 아닌데 말이다.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일수록 자신이 한 약속을 안 지켜도 이해해 주겠거니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상대방도 실망이 크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들과 인연은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는 마음이 확신으로 차올랐다. 30분까지 들어오지 않으면, 나는 바로 실행할 준비가 되어있다. 괜찮다. 나 자신을 위해서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열중하자! 커피와 음악이 있는 책 읽는 공간이 얼마나 좋은가? 라며 마음의 시선을 돌렸다.
30분이 지나자 한분이 들어왔다. 그녀는 연신 죄송하다며 사과를 했다. 나는 실망한 얼굴을 감추려 애썼다. 우리는 한 시간 동안 대화를 나 두고, 서로의 건강과 안부를 챙겼다.
그들은 나에게 '전날 카톡을 남기지 그랬어'?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그들을 믿었다. 내가 그들을 떠났다고 해서 그들이 아쉬워하거나 붙잡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그들과의 관계를 3년간 유지한 것에 충분히 만족한다.
약속은 말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야 한다. 그것이 상대방의 존중이고 최선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관계는 지속할 필요가 없다. 지속할수록 같은 문제에 고달파지는 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물도 멈춰있으면 탁해진다. 관계도 그렇다. 탁해진 관계는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오늘 나 자신을 위해 그들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