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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an 27. 2023

나의 슬기로운 욕실 생활

초등학교 때 우리 집은 욕실 겸 화장실이 집 밖에 있었다. 나는 씻기를 싫어했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데리고 주말아침마다 목욕탕에 갔다. 나는 목욕탕에 가는 것도 싫었다.  귀찮기도 했고 그 당시 주말 아침마다 TV에선 만화영화를 방송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목욕 후에 먹는 바나나우유로 나를 유혹하곤 했다. 결국 나는 그 유혹을 매번 이기지 못해 목욕탕을 갔었다.  


지금은 집에서 매일 저녁에 목욕을 한다. 욕조 안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나쁜 것들이 빠져나가는 것 같아 몸이 가볍고 머리도 상쾌해진다. 또 이 순간만큼은 아무런 잡념이 없으니 행복한 느낌이 든다. 게다가 목욕을 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 노곤해진다. 거기에 저녁을 먹어 식곤증까지 더해 숙면을 취할 날이 많다. 덕분에 나는 매일 7~8시간을 잠을 자고 있다. 나에게 '늙을수록 잠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욕실은 하루 중 내 모습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오늘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친 내 모습을 보면 울컥 하지만 그 모습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기분 좋은 일이 생각나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오페라 하우스처럼 울림이 예술이다. 밤새 찌든 얼굴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며, 하루에 묵은 때를 벗겨주기도 한다.


무엇이든 비우기 위해 조건은 붙는다. 특히 습관은 비우기가 매우 어렵다. 하지만 욕실은 아무 조건 없이 비워준다. 보이지 않는 감정부터 몸 안에 있는 것까지 모두 비우는 곳이 욕실이다. 그래서 욕실만큼 나올 때 표정이 편안한 곳도 없다.


욕실은 나의 은밀한 사생활이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신경청소혁명의 저자 구도 치야키는 '배변할 때 '생각하는 사람' 포즈를 취하라!. 변기에 쭈그리고 앉자 몸을 앞으로 기울인 자세를 취한다. 이때 포인트는 두 발을 바닥에 붙이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 복부 압력을 가해 배변하기가 쉽다. 특히 변비에 걸리는 사람에게 좋은 자세라 한다. 변비는 아니지만 장에 민감한 내가 해보니 좋다. 말로 설명하기가 ,,,,상상하지 마라!. 아무튼 쉽고 돈이 안 드니 해보기 바란다. 몸무게는 덤으로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단 이 포즈를 오래 지속하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니, 10초 간격으로 취하고 5초 동안 숨을 충분히 들여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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