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내가 매장문을 열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사장을 동종업계의 사장들을 한눈에 눈치를 채었다. 그래서 간혹 황당한 일들이 벌어졌다. 그중에 어떤 사장은 박스만 바꿔 중고를 넣어 고장 났다며 새 제품으로 바꿔갔다. 그때 나는 가격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서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믿고 바꿔주었다. 뒤늦게 다른 손님에게 물건을 팔았을 때,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시간이 지난 터라 누가 바꿔갔는지 알지 못했다. 또 다른 사장은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다 나에게 걸린 적도 있었다. 그는 당당히 물건을 내려놓고는 나가 버렸다. 그 후로도 그는 한동안 매장에 왔고 물건을 훔쳐갔다. 그런데도 나는 그들에게 화를 내거나 하지 못했다. 비록 나에게 못된 짓을 한 사람이라도 내가 화를 내면 그들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었다. 그만큼 나는 장사에 초보였고, 이런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내가 참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서 나는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참고 또 참았다. 이런 나는 그들에게 좋은 사람일까?. 분명히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 나는 단지 착한 바보일 뿐이었다.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값이 매겨도 어떤 이는 나를 고맙게 생각한다. 또 다른 이는 나를 악덕하게 여긴다.
며칠 전 일이다. 한 아주머니께서 전화를 하였다. 그녀는 나에게 도어록 설치 가격을 물어보았다. 나는 그녀가 원하는 일에 대한 나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말했다. " 아휴, 사장님 정말 너무하시네요, 떼돈 벌려고 하세요"라고 말한 뒤 내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전화를 뚝 끊었다. 나는 휴대폰을 귀에 댄 체 멍한 상태로 있었다. 마음 같아선 그녀 말대로 정말 100만 원이라도 받아서 떼돈이라도 벌고 싶었다. 오만 원에 떼돈이라니.... 도대체 그녀는 무슨 생각을 가진 것인가? 그녀에게 내 가치는 얼마였던 건가? 억울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전화를 다시 해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잠시 그녀가 가한 충격으로 나의 귀에선 '떼돈'이 맴돌고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나의 가치는 23년간 일하면서 정한 가격이다. 그리고 그 가격은 대부분의 고객들은 인정해 준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도어록 설치를 직접 하다가 현관문구멍을 뚫지 못한 남자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나는 그가 원하는 일에 대한 나의 가치를 말했다. 그러자 그는 격안된 목소리로 '현관문구멍 하나 뚫는데 그렇게나 비싸나요?'라며, 물었다. 나는 재차 그에게 가격을 말했다. 그는 '그냥 와서 쉽게 슝~~ 하고 기계로 뚫어주면 되는 일인데 사장님 너무 하시네요'라고 말했다. 순간 욱하는 마음에 나는 그에게 말했다. ' 손님이 쉽게 슝~~ 하고 뚫지 못해서 저한테 전화 거신 거 아닌가요?, 그리고 제가 뚫기만 하는 건 아니죠, 제 시간을 들여 차를 몰고 손님 댁으로 방문드리잖아요'. 그는 나의 말에 신경질적인 말투로 '뭐라고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미슐랭 파이브스타를 가진 음식점이라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나 역시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나쁜 사람도 아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고객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기보다는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대부분의 고객들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려 한다. 그렇다고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사람을 미워하진 않는다. 다만 그들이 주장하는 가치를 받아들이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을 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나도 좋고 상대방도 좋아야 한다. 누구 하나라도 좋지 않으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한다면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나에게 훨씬 이롭다는 것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