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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Sep 19. 2024

집 나간 자존감 찾기

자영업자 생존기

적자 운영을 한지도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열쇠 매장을 운영한 지 24년 만에 최대의 위기다. 지금 나는 현실을 바라볼 눈의 시력을 잃어버렸다. 내가 어떻게 생존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렇게 만든 나라 탓을 해보는 것도 이제는 싫증이 난다. 오늘도 매장 옆 사장님들과 대화의 주제는 한숨의 연속이었다. 


오랜만에 열쇠업을 하는 친구들을 만났다. 우리는 서로 근황부터 물어보았다. 

"요즘 어때?"

"죽은 맛이지"

"일은 좀 들어오나?"

"며칠째 공치고 있어?"

여기서 공친다는 말은 하루 매출이 0원이란 뜻이다.

"나도"

"나둔데"

요즘 근황은 물어보나 마나 아닌가?

그럼에도 서로의 근황을 물어보는 이유는

'역시 나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 건 아니었어'라며 위안을 삼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러다 친구 A가 말했다.

"요즘 기본 출장 가격은 어떻게 받아?"

옆친구가 세 손가락을 펼치며 말했다.

"3만 원이지..."

그러자 친구 B도 말했다.

"나도"

하지만 친구 C가 말했다.

"그때그때 받는 거지"

나는 친구 C에게 물었다.

"그때라니?"

"더 싸게도 간다는 거야?"

친구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도 없는데, 그것까지 고수하면 어떻게 먹고사냐?"

친구 B가 말했다.

"그래도 기본 출장인데, 그것까지 줄이면 되겠냐?"

그러자 친구 C는 말했다.

"놀면 뭐 하냐?"

우린 친구 C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자영업을 하는 동안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올린다고 생각해 왔다. 늘 그것이 나의 자존감이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위기에 그 가치가 정말 정당할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이기적으로 내가 제일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에 어렵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며칠 전 뉴스에서 압구정에서도 상가의 공실이 늘어났다고 들었다.

사람이 많기로 소문난 압구정도 그러할진대, 전화 출장이 대부분이 열쇠 업은 어떡하겠는가? 이런 이 시기에 나의 가치를 고수하는 것인 정당한가? 

24년 동안 자영업을 하는 나는 나의 가치는 곧 나의 자존감이었다. 그래서 내가 가격을 정하고 고객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저물었다. 고객들이 원하는 가격에 맞춰 내가 수긍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친구 C의 말처럼

"놀면 뭐 하냐?"

"싸게라도 가야 하는 거야"


생각해 보면 친구 C의 말이 정답일 거다.

그래서 어쩌다 들어온 일이 성사가 되지 않을 때  가격을 좀 더 내리지 않은 것에 깊은 후회가 남는다.

이런 이유로 나의 자존감은 집을 나가버렸다.

통계상 가격이 싸다고 모든 일을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가격을 고수해 일을 놓치는 것에 미련이 깊은 후회로 남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같은 말, 같은 행동을 하면서 나라 탓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하루빨리 집 나간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번아웃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스스로 마음을 되잡아야 하고,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다시 자존감이 들어올 수 있게 내 그릇을 더 크게 키워야 한다. 그렇다고 내가 해야 할 일들의 종류를 늘리면 안 된다. 예전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의 설루션처럼 많은 메뉴를 늘리면 안 된다. 매장 옆 식당도 처음에는 굴 전문점이었다가 지금은 다양한 메뉴를 하고 있다. 그럴수록 사람의 신뢰만 잃어버릴 뿐이다. 한 가지도 못하는 사람이 두 가지를 잘하겠는가?  


위기란 언제든 오는 것이 자영업이다. 수십 년 잘된 음식점도 이슈로 인해 하루아침에 쪽박 차는 것이 자영업이다. 하물며 24년 동안 유지해 오던 나의 매장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하지만 24년을 돌아보면 나에게는 수없이 많은 위기들이 있었다. 나는 그 어렵다는 금융위기도, 부동산 침체 위기 때에도 잘 극복했다. 지금 위기라고 생각해도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많았다. 


지금 현재 나에게 역대급 큰 위기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지나고 보면 24년 동안 겪은 위기처럼 나는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처럼... 위기는 극복해야 맛이 아닌가? 편안한 삶은 재미없지 않은가?

이 글을 빌어 조금이나마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아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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