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오늘의 너도
매장이라는 캔버스 위에 나는 초록의 붓질을 멈추지 않는다.
낡은 벽면 하나가 지워지고,
작은 소품 하나가 제자리를 찾을 때마다,
그 틈으로 새벽의 공기가 스며든다.
이 공기는 낯설지만 어딘지 친근한 친구처럼,
내 안에 잠자던 열정을 깨운다.
3주째 이어진 리모델링 공사는
때때로 긴 터널을 헤매는 것처럼 힘겹지만,
그 너머엔 반짝이는 초록의 꿈이 기다리고 있다.
초록은 단순한 색이 아니다.
그것은 숲 속의 싱그러운 숨,
이슬 맺힌 잎사귀 위로 내려앉은 첫 햇살이다.
차가운 초록은 깊은 호수 속을,
따뜻한 초록은 이른 봄 새싹의 부드러움을 닮았다.
매장 안에 이 생명들을 불러들이는 일은
마치 겨울잠에서 깨어난 새가
고요한 새벽하늘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순간과 같다.
그 새로움은 나 자신을 깨우는 주문이 되고,
머뭇거림을 박차는 날개가 된다.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새롭듯,
변화는 우리에게 설렘을 선물한다.
아기의 눈빛이 반짝이는 건 모든 것이 경이롭기 때문이리라.
그 순수함이 우리 안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고 살아간다.
고민과 걱정이 반복되면 긍정은 구석으로 숨어버리고,
우리는 점점 무거운 어깨로 하루를 견디기만 한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살아 있고,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긍정적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이 말이 힘을 잃지 않도록,
“새로움이 좋은 거지.”라는 주문을 더해본다.
생각만으로는 달라지지 않는 세상도,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물결이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매일 새벽, 희망의 글귀를 노트에 적는다.
차에 올라 “건강해”를 부르고,
매장의 문을 열어 첫 곡의 음악을 틀어놓는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독서와 글쓰기로 마음을 채운다.
이 소소한 의식들이 모여 내 삶에 단단한 초록의 뿌리가 내려진다.
리모델링 공구가 내 손을 거쳐 사그라든 뒤,
그 흔적은 마치 나 자신 안에 남은 작은 상처 같다.
손목에 스친 못 자국, 목덜미에 닿은 파편까지도
모두 고스란히 내 이야기다.
고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느끼는 성취감은,
어설프게 완성된 마음의 빈 구석마다 온기를 채워준다.
새벽 찬공기에 얼었던 숨이,
달콤한 향기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위로도 그러하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의 언어로 마음을 감싸 안으면,
그 마음은 다시 살아난다.
타인의 상처만 돌보느라 자신을 잊고 살아온 날들에,
나는 다시금 따뜻한 초록의 빛을 비춘다.
“너도 충분히 소중해. 너도 살아 있음이 곧 선물이지.”
사랑하는 이에게 손 편지 대신 커피 한 잔을 내밀고,
친구에게 묵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공간을 꾸민다.
소품 하나하나에 내 삶의 조각을 새겨 넣고,
나와 마주 앉은 이에게 작은 안식처가 되길 바란다.
그렇게 매일의 반복 속에서 다시 탄생하는 설렘이,
우리 모두를 조금 더 부드럽고 강인하게 만든다.
새로움은 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문을 열고 들어서는 바로 그 자리다.
싱그러운 초록 한 포기가 우리 삶의 틈새를 가득 채울 때,
마음도 함께 싱그러워진다. 이 감각을 잊지 않도록,
나는 매일의 의식을 이어간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마음속에 살짝 건네본다.
“새로운 하루, 그리고 새로운 나에게—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