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음이 살짝 기운다

나태주

by 시원시원
이미지출처 시원시원


나태주


새로운 시


어떻게 하면 시를

예쁘게 쓸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추하고 좋지 않은 속사람

씻어내다 보면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는 대답에

놀라는 얼굴로 바라보던 아낙


호동 그란 그 눈빛이 내게는

더욱 새로운 시였습니다.


시원시원


새로운 글


잘 써야겠다는 욕망이 사로잡히면

오히려 틀에 박힌 글을 쓰게 됩니다.


속사람에 놀라는 아낙의 마음을

저는 이해가 됩니다.


오히려 처음 시작했던 글이

오그라들지만 순수했기에

새롭게 다가옵니다.




나태주


바람에게


너는 내가

사랑한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걸 빌미로

너는 때로 나를

흔들기도 한다.


어지럽다

어지러워


아이야

흔들어도 너무

흔들지는 말아 다오


시원시원


바람에게


산행을 하다 보면

솔솔 부는 바람과 마주할 때가 있고

으스스 소리를 내며 세차게 부는 바람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마음도 그러하다 생각합니다.

흔들림 없이 가면 좋으련만 흔들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바람을 손에 잡을 수 없듯이

마음도 손에 잡히지 않듯이

당연하지만

지금도 저는 잡으려 하고 있네요




나태주


먼 길


함께 가자

먼 길


너와 함께라면

멀어도 가깝고


아름답지 않아도

아름다운 길


나도 그 길 위에서

나무가 되고


너를 위해 착한

바람이 되고 싶다


시원시원


먼 길


가고 싶습니다.

동행하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그 길에


아름답지 않아도

험한 길이라도


발자국을 따라

먼 길

동행하고 싶네요




나태주


너 때문에


근심은

사람을 나이 들게 하고


슬픔은

사람의 살을 마르게 한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그 모든 것들이


바로 너 때문에 그런데

이걸 나는 어쩌면 좋으냐


시원시원


너 때문에


10대에는 철부지처럼

노는데 정신이 팔렸습니다.


20대에는 철든척하며

노는데 정신이 팔렸습니다.


30대에는 가장이 되어

일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40대에는 근심과 걱정에

정신이 팔렸습니다.


다시 10대로 돌아가고 싶네요


부질없는 바램이지만

마음만은 그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나태주


엄마 마음


아기가 자라면

엄마도 따라서

자라고


아기가 변하면

엄마도 따라서

변한다


아기가 웃을 때

따라서 웃는

엄마


아기가 아플 때

따라서 아픈

엄마


아기는 엄마의

조그만 호수

조그만 하늘


구름 한 점 없기를

물결 하나 없기를

손 모아 기도한다.


시원시원


엄마 마음


저에게는 세 명의 엄마가 있습니다.

저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엄마

아내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엄마


그리고 자꾸 애가 되는 절

곁에서 다독여주는 아내가

제 엄마입니다.



나태주


실수


때때로 나는

아내가 어머니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실수다


때때로 나는

아내가 누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더욱 실수다


시원시원


실수


방금 저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미처 몰랐습니다.

아내도 보살핌을 원한다는 것을


한없이 자식과 남편에게

사랑과 헌신을 주기만 하는 아내


그런 아내에게 엄마라고 부르다니

전 아직 멀었나 봅니다.




나태주


슬픔


정작 누군가 죽었어도

누군가와 헤어졌어도


그 사람을 사랑했어도

나보다 더 사랑한다고 말을 했어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픔과 아픔보다는


배고픈 마음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이

문득 나를 슬프게 한다.


시원시원


슬픔


가만히 거울을 봅니다.

미소를 지어봤습니다.


웃음이 나더군요

조용히 울었습니다.


소리 내어 울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에


연신 세수만 합니다.




나태주


소망


가을은 하늘을 우러러

보아야 하는 시절


거기 네가 있었음 좋겠다


맑은 웃음 머금은

네가 있었음 좋겠다


시원시원


소망


열심히 살았습니다.

정말 부단히 노력하며 살았습니다.


그게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잘 사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자신을 버리고

타인에 맞춰버린 지금


차마 안 떨어지는 발을 부여잡고

한 걸음씩 그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나태주


새로운 별


마음이 살짝 기운다

왜 그럴까?


모퉁이께로 신경이 뻗는다

왜 그럴까?


그 부분에 새로운 별이 하나

생겼기 때문이다


아니다. 저편 의자에

네가 살짝 와서 앉았기 때문이다


길고 치렁한 머리칼 검은 머리칼

다만 바람에 날려


네가 손을 들어 머리칼을

쓰다듬었을 뿐인데 말이야


시원시원


새로운 별


소망하나 품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한없이 걷고 있을 때


마음에 빛 들어와

소망을 비추더니


새로운 별 되어

제게 말하네요


"자! 이제 네 인생 살렴"




나태주


은은하게


줄 장미꽃향기는 멀리서

있는 듯 없는 듯

은은하게


사람의 향기는 더욱 멀리서

보일 듯 보일 듯

더욱 은은하게


바다 건너 제주도

한라산 봉우리쯤에서

태화강변 울산의

대나무 숲 언저리로부터


시원시원


은은하게


줄 장미꽃향기 찾아서

한적한 시골마을에 도착하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정체 모를 향기

넋을 잃고 가다 보니


이 냄새 익숙하더라


그렇게 오늘 나는 소똥 냄새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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