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ynthia Jan 11. 2019

새벽수영

을 가장한 아침수영

어제부터 아침수영같은 새벽수영을 시작했다. 


이제 머리가 짧아서 겨울에 새벽수영을 다닐 수 있으니까, 한번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으로 밀고 나갔다.

맨날 8시에 일어나던 잠꾸러기가 수영을 가기 위해 6시 반 알람을 맞추었다.

그런데 왠걸 이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왜이렇게 많지?수영장까지 약 30분이 걸린다. 특히 월요일같은 때는 더 여유있게 나가야 할것 같다.

7시까지 수영장에 가있어야 하니까, 이젠 6시 반에 집에서 나와야 할것 같고. 그러면 담주부터는 6시에 일어나야겠지...?^^


새벽수영을 하고 나니, 하루가 정말정말 길다. 일하다가 5시쯤 됐겠지 하고 시계를 보니 3시 반이다. 하루가 이렇게까지 길었던가. 나는 대체 잠을 얼마나 많이 잤던 것인가.

겨울에 새벽수영을 하러 가면 엄청 추울거 같았는데 막상 수온이 그렇게 낮지 않아서 할만하다. 물에 들어가 있으면 그닥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열심히 레인을 오가면 숨이 차올라 춥다는 감각을 느낄 새도 없게 된다.


새벽수영의 성공비법은 간단하다. 그냥 잡생각을 안하면 된다.

사실 작년 여름에 새벽수영을 도전하려다 실패했는데, 그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으아아...가기싫어..더자고싶어' 이런 생각을 한 게 가장 큰 패배요인이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바로 그 순간 새벽수영은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그냥 가야 하니까 가는 거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이불을 박차고 나와야 한다.

사실 위험했던 순간들이 많이 있다. 전기장판이 너무 따뜻해서, 극세사이불이 너무 보들해서..그러나 그런 감촉 말고도 수영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함이 있으니까. 이불을 박차고 나간다. 그러고 수영을 가보면 은근히 사람이 많다. 사실 사람 별로 없을줄 알았는데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이 참 많다.


굳이 새벽수영을 하는 이유는, 퇴근하고 저녁에 하다보니 피곤하고 몸이 찌뿌둥해서 자꾸 가기 싫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에 늦게 오면서 퇴근이 늦어지다보니 자연히 수영장 가게 되는 시간도 늦어지는데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유혹의 손길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완전 역으로 발상을 해서 아예 출근하기 전에 수영을 가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엄청 힘들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오히려 아침이 더 쉬웠다. 그냥 잠에서 깨서 양치만 하고 수영장으로 바로 가면 되니까. 어차피 자다가 일어나서 멍하다보니 별 생각도 안 드니까.


수영장에 늦게 들어가다보니 수영을 할 시간도 사실 별로 없었지만, 수영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진 점이 있다.

1. 출근을 더욱 일찍하게 되어 업무할 시간을 확보하게 되었다.

2. 아침 운동을 통해 몸이 좀 더 깨어나는 느낌을 경험한다.

3. 엄청 피곤한데 그래도 뿌듯하다(오늘도 해냈어!)

4. 하루가 엄청 길어져서 시간을 번 느낌이다(정말 느낌뿐이긴 하지만...)


특히 아침부터 정말 작은 뭔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아직 이틀뿐이지만) 삶을 꽤 많이 바꿔놓는 듯 하다. 매일 똑같이 지루하게만 일하다가도 그래도 마음 속 구석에 뭐라도 해냈다는 묘한 안도감 같은 게 들면서, 그러면 이거도 할 수 있지 않을까?저거도 오늘 조금만 더 해보자. 내일은 저만큼 좀 더 해야지. 하는 동력이 되곤 한다.


정말 작은 습관 새벽수영, 앞으로도 내 인생을 좀 더 바꿔주었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