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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방인 Sep 26. 2024

전 세계의 빛이 모인 야경을

[뉴욕 지역 소개 시리즈]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만나는 하나의 작은 우주

높은 빌딩과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가득 찬 뉴욕은 그만큼 많은 유명 전망대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망대에 대해서는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오늘은 전망대 못지않은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브루클린 브리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뉴욕에서 지낼 때, 매주 브루클린에 갈 정도로 브루클린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곳이었다. 힙한 거리들과 유니크한 상점들, 그리고 뉴욕 맨해튼에 비해 조금은 한적하면서도 가게 안에 들어가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소란스러움이 그 매력이다. 물론, 맛집들도 덤으로 따라온다.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너 또 브루클린 갔다 왔지? 이 정도면 퀸즈 사는 게 아니라 브루클린 사는 거 아니야?" 하고 물어볼 정도로, 나는 브루클린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수많은 이유로 브루클린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애정하는 곳은 바로 브루클린 브리지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뉴욕 이스트강의 동쪽, 브루클린과 맨해튼 최남단을 연결하는 현수교로, 뉴욕을 상징하는 건축물 중 하나다.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걸어서 넘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이고,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뷰는 정말 아름답다. 이곳은 뉴욕 여행 시 꼭 찍어야 하는 사진 스폿으로 유명해 늘 관광객들과 기념품을 파는 사람들로 붐비곤 한다.



다리에는 중앙의 보행로를 중심으로 좌측 3차선, 우측 3차선의 왕복 6차선 도로가 지나간다. 바로 밑에서 차가 쌩쌩 달리지만, 설계 덕분에 걸을 때 차가 보이지 않아 마치 육교를 건너는 기분이다. 다리 위로 올라서면 양쪽으로 거미줄처럼 얽힌 케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뉴욕 하면 떠오르는 스파이더맨이 괜히 생각나는 디자인이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당시로선 기존의 철제 케이블보다 5배 강한 강철 케이블을 처음 사용해 건설되었다. 1869년에 착공해 1883년에 완공된 이 다리는 공사 기간만 무려 15년이 걸렸고, 존 A. 로블링이 설계한 후 그의 아들 워싱턴 로블링, 그의 아내 에밀리까지 이어지며 완성되었다. 다리의 브루클린 타워에는 건설 도중 숨진 존 A. 로블링과 20명의 노동자를 추모하는 기념판이 있다. 현재 브루클린 브리지는 수많은 영화 촬영지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독립기념일에는 불꽃놀이 배경이 되어 뉴욕의 랜드마크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파크에서 바라본 뷰


브루클린 브리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소로는 브루클린 브리지 파크를 추천한다. 이곳은 원래 강가의 부두로 사용되던 곳이었으나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길게 펼쳐진 다리를 바라볼 수 있으며, 이스트리버 건너편으로 맨해튼 다운타운의 고층 빌딩들도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좋다면 왼쪽에 자유의 여신상도 조그맣게 보인다. 공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물 위로 나무 기둥들이 빼곡히 서 있는 게 보이는데, 이 기둥들은 예전에 부두 상판을 제거하고 남은 흔적이라고 한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모습은 이곳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강가를 따라 이뤄진 산책로에는 사람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크 근처에는 특히 아이스크림 가게가 많은데, 겨울에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나로선 천국 같은 곳이다. 유명한 아이스크림 팩토리나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샵에서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서 공원에서 풍경을 바라보면, 그 순간이 평화롭고 영원히 기억될 것만 같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 Arabica' 카페도 추천한다. 커피도 맛있지만, 가게 창문 너머로 브루클린 브리지와 파크가 한눈에 들어오는 뷰가 끝내준다.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널 땐 브루클린에서 맨해튼으로 넘어가거나 그 반대로 갈 수 있다. 나는 주로 브루클린에서 덤보를 구경한 다음 맨해튼 쪽으로 걸으며 다리 위에서 도시의 뷰를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해 질 녘 다리 위로 올라가면, 파크에서 보는 선셋 못지않게 다리 위에서 보는 선셋도 정말 멋지다. 시간이 된다면 하루는 파크에서, 다른 하루는 다리 위에서 선셋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해가 지면 맨해튼의 수많은 고층 빌딩들에 불이 하나둘씩 켜지며 반짝거리는 광경이 펼쳐진다. 도심의 실루엣과 그 불빛이 어우러져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음도 그 순간만큼은 멀어지고, 눈앞의 야경에 완전히 집중하게 된다. 


뉴욕에선 별빛조차 도시의 수많은 불빛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그 순간만큼은 도시의 불빛마저도 별처럼 느껴진다. 뉴욕의 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 같고, 그 속에서 나는 작은 점이 되어 그 순간을 함께 빛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모든 풍경을 마주하고 있으면, 내 발걸음도, 숨결도 느려지고, 그 속에서 나만의 작은 평화를 찾을 수 있다. 이곳, 브루클린 브리지는 내게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오고 싶은 하나의 작은 세상이다. 이 경험을 많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뉴욕을 여행하는 누구든, 브루클린 브리지를 건너며 그곳에서의 여유로운 산책과 야경을 즐기고, 자신만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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