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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삶은 모순 투성이..

by 뉴욕사서

1998년에 처음 출간된 지 27년이나 되었는데 꾸준히 스테디셀러에다가 얼마 전에 역주행이 된 소설책. 글을 쓰는 이 시점에 교보문고 주간 소설 1위의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1월에 이 책을 북클럽 책으로 선정하면서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읽는 건지 매우 궁금했었다. 특히나 2-30대의 미혼 여성에게 많이 읽히고 있다는 점이 엄청 흥미로웠다.


모순, 제목에서 풍겨 나오는 뭔가 쉽지 않은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글체는 생각보다 간결하고, 읽기 쉬웠다. 무엇 보다 주인공인 스물다섯의 미혼인 안진진이 서로 정반대의 나영규와 김장우를 두고 저울질하는 소재와, 일란성쌍둥이인 엄마와 이모가 결혼 이후에 극명하게 달라진 삶을 살고 있는 것도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순적인걸 싫어한다. 특히나 사람이 모순적인 건 뭔가 솔직하지 못하고, 바르지 않다 생각해서 싫어했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을 향해가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갈 걸 알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미국에서 Trader Joe's 트레이더 죠스라는 식료품점이 있는데, 일 년에 한 번 토트백을 한정적으로 판매하는 이벤트를 한다. 2.99달러 밖에 안 하는 미니 토트백인데 한정된 수량의 물건을 언제 판다는 광고도 없이 불시에 판매를 했던 게 사람들 사이에 바이럴이 되면서 유명해졌다. 심지어 그 가방을 사기 위해서 오픈런을 할 정도로 매우 핫한 아이템이 되었다. 처음 그 가방이 나와서 지인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올 때 식료품점 가방을 가지고 호들갑들을 떤다고 생각했었다.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판매할 테고 그때 사면 된다고 생각해 대수롭지 않게 여렸는데 정말 1년 후에 또 그렇게 깜짝 판매를 하는 바람에 ‘도대체 뭔데 그래’ 하면서 동네며 뉴욕 맨해튼이며 재고가 남았냐고 전화를 해보았다. 설마 전부 매진이 되었겠어하면서 전화를 했는데 “Sorry, they’re sold out, we‘re not sure when they will be back in stock.”이라는 직원의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순간 ‘나도 가지고 싶다, 가지고 말 거야!’ 하는 욕구가 전투적으로 샘솟아 났다. 그래서 올해는 야침 차게 온 가족을 동원해서 어느 지점으로 언제 갈 건지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가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처음 며칠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더니만 며칠이 지나니 가방을 안 쓰고 싶어졌다. 없을 때는 그렇게 원하더니, 가지고 나니 마음이 바뀌는 나의 행동은 이 얼마나 모순적인가!


비슷한 예로, 성인이 된 후 과외와 알바로 번 돈들이 생겼을 때 좋은 가방을 하나 사고 싶었다. 그 당시에 같은 과에 한 여자애가 코치 가방을 메고 캠퍼스를 활보하는 모습에 눈을 떼지 못했던 게 기억난다. 훗날 미국에 공부하러 와서 아울렛에 갔을 때 초록색 가방을 사고 싶은 마음에 눈이 멀어, 당장의 생활비를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사버렸었다. 그런 짓을 몇 번 하니 그 비싼 가방들도 결국엔 소모품이고, 유행이 지나버리면 옷장 한켠에 구겨진 채로 세월을 맞이하게 된다는 슬프고 값진(?) 경험을 했다. 지금은 가볍고 막 써도 되는 에코백이 제일 편하다.


—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

누구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싶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리고 그 실수를 반복하면서 살아가고 터득하는 것이다. 모순으로 가득한 삶이지만 그게 삶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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