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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100년이 지난 지금 여성들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by 뉴욕사서

3월 북클럽 책으로 선정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이 책을 흔히 최초의 페미니스트 책이라고 부른다는데, 버지니아 울프가 100년 전 쓴 책이다.


작가이름은 너무도 많이 들어봐서 익숙한데 나는 책을 안 읽었었다. 아마 우리 어릴 때 청소년이 읽어야 할 100권의 책 중에 들어 있을 법한 책인데, 나도 읽은 줄 알았는데 안 읽었다는 사실에 흥미가 더 생겨 이참에 읽어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책 분량은 많지 않다. <자기만의 방>으로만 출판된 책은 굉장히 얇고, 나는 그녀의 소설과 에세이가 함께 수록된 버전의 책으로 읽었는데, 읽기 전에는 단숨에 읽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 나는 고전을 좋아하지 않네..


처음에 몇 페이지를 읽고, 매우 혼란스러웠다. 당최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도대체 이런 책이 왜 필독서라는 생각에 사로 잡혀 눈으로만 책을 읽어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읽기를 무한 반복.


매월 두 번째 토요일에 오프라인 독서 모임을 하는데 딱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한 모임이다. 책 혼자 읽기 어려운 사람들이 만나서 월 말에 있을 온라인 독서모임을 위해서 간단한 리뷰와 읽으면서 힘든 점을 공유하고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다.


다행히 나 같이 이 책을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었고, 또 매년 읽는다는 분들도 있어서 신선했다. 여자분이었는데 아무래도 매년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여자로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마음을 다잡이 좋은 책이 아닐까 싶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글을 쓰려면 5백 파운드(물적 독립)와 자기만의 방(정신적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요즘 시대에 이 말을 들으면 글을 쓰는데 왜 돈과 방이 필요하다는 건지 바로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마음먹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100년 전 여자에게는 가난하고, 가사 노동을 해야 하는 여성으로서 글을 쓰는 일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었다.


“남성과 동행하지 않고는 도서관 출입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왜 남성들은 식사자리에서 와인을 마시고, 여자들은 물을 마시는가?”


이런 단편적인 것들로만 두고 보자면 1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남녀와의 임금 격차는 존재하며, 여성도 동등하게 경제활동을 하지만 가정으로 돌아와서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얼마나 바뀌었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그의 여동생의 삶을 비교한 내용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오빠처럼 문학에 열정이 있던 그녀는 아버지의 반대를 피해 런던으로 도망을 갔지만, 성적 착취와 임신으로 고통받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부분,을 나도 안타까워하며 읽었다. 그러면서 어릴 적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시던 아들과 딸? 이 생각났다. 아들만 대학을 보내주던 시절,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공장에 취직을 해서 남자 형제를 뒷바라지했었나.


버지니아 울프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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