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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사랑법

- 재밌지만 재미로만 끝나지 않는 사랑이야기 -

by 뉴욕사서 Mar 27. 2025

작년에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대중에게 더 알려진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을 드디어 읽게 되었다. 영화를 보기 전에 책을 먼저 보고 싶어서 찾아보니 2019년에 나온 책이네? 2019년에 책을 주문할 때 왜 보지 못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튼 출판되었을 때의 반응은 모르겠으나, 영화랑 드라마로 제작이 된다는 건 책이 좋다는 거자나!


그럼 읽어야지.  


개인적으로 스포든 뭐든 내용을 미리 알고 보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어서 무슨 내용인지 모른 채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우아, 진짜로? 이렇게나? 하면서 후루룩 읽었네.


일단은 내가 모르는 세계의 이야기라 초반에 강한 흥미를 느끼며 몰입했고, 무엇보다 작가의 글에 뭔지 모를 감정 이입이 너무 많이 되어서 개운함을 느끼면서 읽어나갔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지, 꾸며낸 일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부분이 굉장히 용기 있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게 한 책이었다. (나는 소설을 쓰진 않지만 한 때 글쓰기 워크숍 작문 숙제를 했었는데, 가상의 캐릭터에 대해서 완전하게 솔직해지지 못해서 나의 한계를 느꼈던 적이 있었다. 자꾸 내 이야기인 것만 같고...)


이 책은 총 네 편의 너무 짧기도 길지도 않은 중단편들을 모은 책이었다. 각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모두 게이다. 처음에는 하나의 이야기로 쭉 이어지는 장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두 번째 단편을 중간 정도 읽을 때 각각 다른 단편들인 걸 알았다. 그런데 뭔가 모르게 모두 연결되는 느낌이 들더니 주인 한 명이 다른 사람들과의 만나는 이야기를 네 편으로 나누어지고 결국에는 하나의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의 이야기임은 알았다.


나는 첫 번째 단편인 '재희'가 제일 인상 깊고 재밌었다. 남자와 여자가 찐 우정 사이가 된다는 설정이 나에게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어서 그랬던 건지. 읽는 내내 짠하면서도 뭔가 서로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재희와 영의 관계가 어쩐지 뭉클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났을 때는 그냥 그저 그런 게이의 사랑이야기가 아님을 알았다. 작가는 아웃사이더, 성소수자, 부모와의 갈등 등의 소재를 통해서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않나. '나는 누구지,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무엇이지'


한국에서 돔황치다 시피 미국으로 와서 산지 어느새 13년이 되었다. 그리고 뉴욕에 산지도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본인의 개성과 (성 정체성을 포함하여) 남 눈치 안 보는 사람들의 천국인 뉴욕에 지내다 보니 LGBTQ에 관련한 사회 이슈나 책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진 듯하다. 먹고살기 바빠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신경 쓰는 게 에너지 낭비 같고, 다른 사람도 나에 대해 큰 관심이 없다는 걸 알아서 더 그런가.


확실히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출판계에 퀴어소설로 새로운 지평을 연 것과 동시에 처음부터 끝까지 '남들과 달라고 괜찮아'를 얘기하고 있어서 인 것 같다.



박상영 작가가 4월 12일에 뉴욕에 오신단다. 문화원이랑 파트너십으로 행사를 함께 홍보하고 나도 작가님을 만나러 간다. 유후, 너무 신나는 걸!


혹시 관심 있는 사람은 RSV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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