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돼야 해요."
카카오웹툰 ‘열무와 알타리’는 쌍둥이 아들 ‘열무와 알타리’를 키우는 엄마 소소의 생활툰이다. 2019년 12월부터 연재를 시작해 현재 누적 조회수 2천만 뷰를 훌쩍 넘는 관심을 받고 있다. 장애가 있는 아이 열무와 그의 쌍둥이 형제 알타리를 키우고 재활하며 사는 일상을 솔직하게 공개해 공감을 얻고 있다.
넥슨은 어린이 재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앞장섰으며 대전충남 넥슨어린이공공재활병원(가칭)과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경남권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가칭),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에 각각 100억을 기부하고, 설립을 진행 중에 있다. 그런 우리에게 열무와 알타리, 그리고 소소와 토토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다.
'열무와 알타리' 유영 작가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내내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가끔은 눈물을 참고, 대부분은 마주 보고 웃으며 나눈 이야기들을 공개한다.
(1편에 이어서)
아이에게 장애가 있으면 부모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죠. 현실적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을까요? 일을 계속하려면 직장이나 사회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회사를 전혀 다닐 수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12년 간 회사를 다녔어요. 출산 휴가 3개월만 가지고 바로 복직할 계획이었고요. 그런데 조산으로 인해 계획보다 일찍 출산 휴가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어서 1년 반 동안 육아휴직을 했어요. 남편 토토도 6개월 육아휴직을 써서 함께 육아를 했고요. 하지만 저는 결국 복직하는 날 사직서를 냈죠.
현실을 좀 더 상세히 설명하자면, '정부 지원 돌봄' 시스템은 장애 아동이 쓸 수가 없어요. ‘장애 아동 돌보미’는 중위 소득 120% 이하만 쓸 수 있고요. 대부분 가정이 이 소득 기준에서 탈락해요. 사설 돌보미분이 오시더니 시급을 두 배 요구하시더라고요. ‘아이가 장애가 있는데 이런 데다 돈 아끼시는 거 아니다 ‘라면서 요. 저도 처음엔 복직 방법을 찾아봤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없어요. ‘활동 보조인’은 만 7세부터 나오기 시작하는데 7세 이전에 장애 아이를 맡기려고 하면 100% 사설뿐이에요. 그리고 보통 이런 경우도 부모가 옆에서 상주하고 있어요. 해결해할 일이 너무 많거든요. 몸도 불편하고 말도 못 하는 아이를 타인의 손에 맡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컸죠.
토토님이 육아 휴직을 하는 등 육아에서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회사에서 배려해준 부분이 있었나요? 기업에서 어떤 점을 제도적으로 개선해주면 좋을까요?
남편 회사 복지가 너무 좋았어요. 만일 토토가 복지가 안 좋은 회사를 다녔거나 가정에 충실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직장을 다녔다면 어떻게 그 시간들을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요. 회사에서도 저희 집의 사정을 알고 정말 배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그리고 회사에서 일정 주기마다 나오는 재충전 휴가 같은 것들도 너무 큰 도움이 되었고요.
혹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 대해서 알고 있나요?
네 알고 있어요. 하지만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 있는 상암동은 제가 사는 곳에서 너무 멀어서 치료를 다니지는 못했어요. 열무가 재활 입원 생활을 좀 더 길게 했다면 한두 번쯤은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을 거 같아요. 중부지방에 ‘대전충남 넥슨어린이공공재활병원’이 생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장애 가족을 케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비장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요.
‘대전충남 넥슨어린이공공재활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완화의료센터’ 등 넥슨에서는 지속적으로 어린이 재활병원을 지원할 예정이에요. 병원과 센터에 어떤 프로그램이나 시설이 생긴다면 좋을까요?
장애 가족을 케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비장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도요. 어릴 때 장애 진단을 받으면 터울이 어느 정도 있더라도 내 형제의 장애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요. 사실 그때 가족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한테 집중할 수밖에 없거든요. 정보를 얻으러 뛰어다녀야 하고 전혀 모르는 일들을 투성이죠.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다 보면 다른 자녀에게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데, 그때 아이가 형제의 장애를 이해를 못 한 상태면 부모가 나에게서 멀어졌다고 느낄 수 있죠. 장애 형제를 둔 비장애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놀이 치료나 심리 치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각각 다른 병원을 다른 시간대에 데리고 다니는 것은 부담이죠. 병원이나 센터에 비장애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같은 시간대에 두 아이를 함께 데리고 다닐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
장애는 골라서 오는 게 아니라 어떤 환경에도 다 올 수 있는 거니까요. 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동공이 흔들리는 게 느껴져요. ‘어 장애인이다’ 하고 쳐다보죠. 가족끼리 공원이라도 나가면 처음엔 열무를 보고, 다음 알타리를 보고, 그리고 엄마 아빠를 보고, 다시 열무를 봐요. 말하지 않아도 시선만으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런 시선들이 싫어서 점점 외출을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외출 준비를 하면 걱정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냐면요, 열무는 7살이지만 아직 기저귀를 차고 있거든요. ‘기저귀를 어디서 갈아야 하지?’하는 걱정부터 들어요. 휠체어가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인지도 체크를 해야 하죠.
다양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돼야 해요. 동정이나 배려가 아닌 함께 어울리는 삶으로요.
그리고 미디어에 다양한 장애 아이들이 노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미디어에서는 장애를 한 덩어리로 묶어서 특별한 존재로 다룰 뿐이에요. 장애마다 이해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각각 달라요. 자폐, 지적장애,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 장애 등등…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 잘 모르세요. 지적장애와 지체장애의 차이를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열무는 지체장애예요. 몸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하죠. 몸이 불편하고 말을 못 하니 생각도 못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아요. 아이가 옆에 있지만 아이의 존재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열무는 고개를 떨구고 가끔씩은 제 눈치를 봐요. 열무도 알아요. 자기의 몸 상태,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말하는 이야기의 의미까지… 전부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미디어에 노출돼야 해요. 동정이나 배려가 아닌 함께 어울리는 삶으로요. 장애는 결국은 이해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저도 사실 몰랐어요. 장애는 세상 밖의 일이었죠. 어떻게 보면 처음 만난 장애인이 열무예요. 그리고 장애 아이를 키우며 이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복지단체나 재단 등 민간에서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비슷한 질문을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과 인터뷰할 때 받은 적이 있어요. "장애인 복지 관련 대부분은 소득 제한이 걸려있다. 혜택을 받는 층은 크고 작은 혜택을 나라와 재단에서 받고 있지만 맞벌이 거나 4대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직장인이라면 대부분의 장애 관련 복지를 받지 못한다. 물론 열무도 관련 복지를 거의 받지 못하고 가정에서 전부 책임지고 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놀라시더라고요.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으셨대요. 항상 단체에서 지원을 받는 분들과 인터뷰를 하고 이야기를 들으셨기 때문에 장애 지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이야기만 들으셨다고요.
장애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 가정이 휘청거릴 정도로 경제적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요.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매달 200~300만 원은 우습게 나가요. 재활 치료를 더 열심히 해주고 싶다.라고 생각하면 금액은 정말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중증 지체 장애의 경우에는 일상에 필요한 재활 기구나 일상 기구들에 대한 부담까지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 가정들이 소득 제한에 걸려서 혜택을 거의 못 받거나 미미하게 받고 있죠. 진짜 부자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 가정이 한 달 벌어서 그 돈이 전부 장애 아이에게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나라에서 지원이 어렵다면 여러 재단에서만이라도 재활 기구나 치료 바우처 지원 등을 골고루 해주면 어떨까 싶어요. 소득이 아니라 장애 정도 등에 따라 지원을 해주는 거죠.
어린이집의 현실에 대해서도 조금 자세히 알고 싶어요.
장애 전문 어린이집은 일반 어린이집 통합반, 장애전담 어린이집, 유치원 특수반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어린이집은 0세부터 가능하고, 유치원은 5세부터 갈 수 있죠.
일단 장애전담 어린이집은 정원이 너무 적어서 티오가 없어요. 저 아는 언니도 3년 대기 걸어서 겨우 들어갔어요. 이런 현실이다 보니 아동 학대 등 내부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쉬쉬하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만일 그런 문제 때문에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되면 당장 큰일인 거죠. 당장 갈 곳이 없어져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요. 더 많은 장애 전담 어린이집이 필요해요.
열무를 어린이집 통합반에 보내려고 알아봤는데, 못 걷는 아이들은 입소가 불가능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열무 정도의 중증 지체 장애는 일반 학교에서 교육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에요. 시설이 따라주질 않거든요. 휠체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없고, 도와줄 인력이 없어요.
신체장애는 인력과 시설이 안되고, 발달장애는 다른 아이들 수업에 방해되니까 안되고, 그러면 결과적으로는 장애 아이들은 일반학교에 오지 말라는 거죠. 장애 학교가 있는데 왜 일반 학교로 오냐고 하세요. 그런데 또 장애 학교는 티오가 없어요. 일반 학교에 장애 아이들이 오는 것도 싫지만, 우리 동네에 장애 학교는 짓지 말라고 반대하죠. 지금 열무가 다니는 전담 어린이집도 지을 때 반대가 심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열무와 알타리’가 영향력이 커지면서 책임감도 생겼을 것 같아요.
종종 웹툰을 보시고 장애인 관련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가끔 교육 자료로 사용하신다는 분들도 계셔요.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더 열심히 더 정확한 정보로 그려야겠다!라는 사명감(?)도 생기는 거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관련 지식들을 좀 더 쌓고 있습니다.
앞으로 ‘열무와 알타리’를 통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길을 잃었을 때 먼저 간 사람의 발자국이 보이면 몹시 안도하게 되잖아요. 누군가도 이 길을 걸어갔구나. 나도 이 길을 따라가면 되겠구나. 하고요 저 역시 먼저 그 길을 걸어갔던 선배 엄마분들의 이야기들이 정말 많이 위로가 되었거든요. 제 작품이 누군가에게 그런 발자국 같은 웹툰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 그런 웹툰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들려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