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 한 그릇

by 김주원

행복이란 게

때로는 큰 성공을 향한 여정에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었다.


얼마 전의 일인데,

그날따라 몸이 너무 아팠다.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사실 무슨 약을 먹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어디가 아팠는지 모르면서도 그냥 아팠다.


이제 겨우 마흔 살을 넘긴 인생인데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 채 아픔을 느끼는 게

생소하기도 하고 겁도 났다.


하지만 병원은 가지 않았다.

건사할 가족이 있다는 부담감에

혹시라도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올까 봐 겁나서

섣불리 병원도 못 간 것이다.


그래도 밥이 보약인 건 알아서

식욕이 없어도

밥 때는 놓치지 않았다.


점심 영업을 마친 후 대충 정리하고

단골 국밥집으로 향했다.

입구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큰 솥 안의 뽀얀 국물과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에

허겁지겁 문을 열고 들어가

늘 앉던 자리에 앉아서

돼지국밥 한 그릇을 주문했다.


아팠던 몸이란 걸 까맣게 잊은 채

그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거의 마시다시피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온몸에 온기가 퍼지는 것을 느꼈고

거짓말처럼 몸에 기운이 났다.


행복했다.


고작 국밥 한 그릇 먹고

기력이 회복되는 것에

자존심이 약간 상했지만

식사 후 바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장사도

기운차게 해 나갈 수 있었다.


정말 행복이 따로 있겠나 싶었다.

항상 먼 곳, 높은 곳만 바라봤기에

결코 잡히지 않았던 '행복'이란 녀석이

의외로 옆을 돌아보니 씩 웃고 있는 친구처럼

느껴졌다.


내가 어떻게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행복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곳에 있을 수도,

바로 내 옆에 있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행복을 눈앞에 보이지 않는 공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잡으려고 하면 잡히지 않지만

항상 내 몸 안팎에

소중한 존재로 남아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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