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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Jul 15. 2022

돼지, 개, 돌고래가 재판에 나온 사연

과연 동물도 의식이 있을까?



느슨해진 K-드라마에 긴장감을 주고 있는 착한 맛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다들 재밌게 보고 계시죠?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10위권을 유지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드라마는 매회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우영우 변호사의 멋진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만드는 건 역시나 특수한 사건들이겠죠? 1회 노부부 폭행 사건, 2회 결혼식 드레스 노출 사건, 형제 살인 누명, 유산 상속 문제 등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사건들이 매회 극적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특수한 재판은 옛날에도 있었다는 사실! 바로 17세기, 동물들이 가해자로 재판에 섰던 '유럽 교회 재판소'의 이야기입니다.


어떤 일인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9세기 초부터 1700년대 중반까지, 유럽의 교회 재판소가 동물들의 행동에 법적 책임을 묻는 일은 흔했다. 돼지가 산 채로 처형되거나 화형을 당했고, 황소, 말, 뱀장어, 개, 심지어 돌고래가 처벌받은 경우도 있다.


1906년 E. P. 에번스(E. P. Evans)의 동물 범죄 고발 역사에는 약 200건의 사례가 기록되어 있는데 이 중에서 돼지가 가장 흔한 범죄자였다. 아마도 중세 마을에서는 돼지가 상당히 자유롭게 돌아다녔기 때문일 것이다.


돼지의 범죄는 아이들을 잡아먹거나 성체를 훔쳐 먹는 것까지 다양했다. 꿀꿀대며 다른이의 범죄를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돼지들은 교수형을 당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내가 된다는 것> 中





돼지가 사형을 받는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16~17세기 유럽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고 하네요. 동물뿐만이 아닙니다!





설치류, 메뚜기, 바구미 떼나 다른 작은 동물들은 법적 절차가 좀 더 까다로웠다. 16세기의 한 유명한 사건에서, 프랑스 변호사 바르톨로뮤 샤세네(Bartholomew Chassenée)는 법정으로 오는 길에 고양이가 너무 많아 쥐들이 재판에 출석할 수 없다는 교묘한 주장으로 쥐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바구미가 들끓었던 다른 사례에서는 기소된 동물에게 특정 날짜와 시간에 훔쳐간 재산이나 보리를 되돌려 놓으라는 판결을 문서로 내리기도 했다.



<내가 된다는 것> 中




지금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중세에서는 가능했던 이유는 바로 '동물의 마음과 의식'에 있었습니다. 중세 사람들은 '동물이 종교법의 불가사의한 절차를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따를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이죠.

이런 생각은 '동물이 의식적 경험을 할 수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는 인식'을 새겨주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프랑스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카르트는 합리적 이성을 지닌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인간과 다른 존재인 동물도 이성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암시하고 있습니다.

중세인들에게 동물은 분명 짐승이었지만, 이들에게 동물은 데카르트의 이원론에서 보는 동물 로봇이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동물 역시 내면의 우주를 갖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내면의 우주라니, 너무 아름답지 않나요?



동물은 의식이 있는 걸까요?




세계적인 뇌과학자 아닐 세스는 <내가 된다는 것>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포유류에게는 의식이 있다고 믿는다. 물론 확실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자신 있다. 이 주장은 동물과 인간의 피상적인 유사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메커니즘에 근거한다. 신체 크기와 가장 관련이 있는 기본 뇌 크기를 제외하면, 포유류의 뇌는 종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


나는 의식과 지능은 같지 않으며, 의식은 지능보다 살아 있다는 것과 더 관련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장을 시작했다. 이제 더 강한 주장으로 이 장을 마무리하고 싶다. 지능이 많지 않아도 의식이 존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고통을 겪지 않기 위해 더 똑똑해질 필요는 없다), 역으로 지능도 의식 없이 존재할 수 있다.


<내가 된다는 것> 中



위처럼 아닐 세스는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매커니즘에 근거해 여러 종의 동물들은 의식을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물 인지 전문가와 2005년 '인간 의식 속성' 목록 17가지를 만들어 실험적으로 검증하기까지 했었죠.





다만 동물에게 의식이 있다면 동물의 의식은 인간의 의식과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반려견이 우리 생각을 정말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인간이 아닌 대상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의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은 인간중심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동물의 의식은 인간의 의식과 다르다.



세상이 발전한 2022년 지금에도 인간의 뇌, 의식 과학은 미지의 영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죠. 현대의식 과학이 얼마나 발전을 했는지 궁금한 과학 독자분이시라면 거의 모든 지식을 담고 있는 <내가 된다는 것>을 읽어봐주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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