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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름이 Oct 14. 2022

위대한 여성 과학자가 전하는 두 가지 놀라운 조언

40년 이상 나무를 연구해온 한 명의 나무 과학자가 있다. 이름은 마거릿 D. 로우먼, 1953년에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으며 성별은 여성이다. 마거릿은 그 시절, 대개 부모가 그렇듯 낡은 성 편견을 가진 가정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마거릿, 여성은 업적을 자랑하거나
큰 소리로 떠벌려서는 안 된단다.

마거릿의 어머니는 사랑하는 딸에게 나름의 조언을 전했지만, 그 조언은 마거릿의 유년기부터 성인이 된 이후의 삶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나는 누군가가 내게 작은 부스러기라도 던져줄 때면 감사했다. 듀크 대학원 시절 EPA에서 시간제로 근무하며 남성 엔지니어들이 마실 커피를 탈 때에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부분 현장 탐사에서 늘 식량과 필요한 용품을 준비했고, 목장에서는 수표책을 사용할 권한이 전혀 주어지지 않았는데도 비슷한 역할을 맡았다. 나는 남성들이 주인공인 무대에서 조연으로 등장해 미소 짓고, 고개를 끄덕이고, 우아하게 연기하는 일에 놀랄 만큼 익숙해졌다.

(...)

초빙 교수로 미국에 돌아왔을 때 나는 몹시 불안했다. 그래서 제멋대로인 두 아들을 둔 목축업자의 아내로 나를 규정하고, 대학 측이 제안한 급여를 두말없이 순진하게 받아들였다. 협상할 생각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야 알았지만 연봉 협상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수령하는 은퇴 소득은 남성보다 평균 29퍼센트 낮다. 내가 받았던 초봉으로 두 아들은 학교에서 무상 급식 대상자였으며, 이는 내게 겸허함과 굴욕감을 동시에 안겼다.


_<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중에서


SRQ magazine

현장 생물학 분야를 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마거릿을 비롯한 많은 여성 과학자들은 유리 천장에 부딪혀 자주 멍이 들었다. 마거릿은 현장 탐사 도중 10명 이상의 남성 동료로부터 성적 괴롭힘을 당했으며 급여는 훨씬 낮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직장 내 불평등에 관해 감히 이야기를 꺼낼 엄두도 내지 못했고, 지금의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여겼으며, 그 자리를 잃을까 두려웠다고 한다.


'멍'이라는 말은 너무 순화한 단어이며
실제로는 '베인 상처'였다.
과학계 여성들이 결국 '유리 우듬지'를 산산조각 낸 결과는
혁신적이었지만 우리는 그 깨진 유리 조각에 베여
피를 흘렸고 여성은 그런 고통을 가볍게 여기도록 훈련받았다.


마거릿은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분야에서 홀로 발끝으로 걸으며 경력을 쌓은 여성으로서 과거 아픈 경험을 들추는 것은 여전히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신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모든 독자들이 예전의 자신보다 많은 정보를 확보해 직장에서 평등하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히며 이러한 말을 전했다.


만약 식물로 환생한다면 나는
무화과나무가 되고 싶다.


마거릿은 호주 정글에서 현장을 탐사하는 동안 무화과나무를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무화과나무는 영리한 전략을 구사해 자연에 성공적으로 살아남았을  아니라  생태계에 무화과 열매라는 이타적인 먹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화과나무는 800 종을 포함하는데,  가운데 일부는 자애롭지 않은 행동 양식을 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반얀나무라고도 불리는 교살자 무화과나무 그렇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나무 위에서 생명을 시작해 아래로 자라나기에 구조상 덩굴과 비슷하지만, 햇빛이 비치는 공간을 선점해 성공한 나무로 입지를 굳힌다. 무화과새는 교살자 무화과나무 열매를 먹고 주로 상층부 우듬지에서 뻗어 나온 가지에 씨앗을 배설한다. 그 높이에서는 풍부한 빛과 물을 손쉽게 얻을 수 있어 교살자 무화과나무 씨앗은 숲의 어두운 바닥에서 자라는 어느 묘목보다 빠르게 발아 한다. 떡잎으로 햇빛을 듬뿍 받아 빠르게 성장한 교살자 무화과나무 묘목은 공기뿌리를 아래로 신속히 확장해 토양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미 전략적으로 햇빛에 노출시킨 잎으로 활발하게 광합성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얻고, 뿌리로 물과 영양소를 풍부하게 섭취하면서 순식간에 성장한다. 이 독특한 하향식 성장법을 구사하며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숙주를 감아쥐고 이따금(항상은 아니다) 숨통을 끊는다. 교살자 무화과나무의 생활사에서 이 대목은 그다지 존경스럽지 않고, 다른 여성들에게 경쟁자의 목을 조르라고 충고하고 싶지도 않지만 땅에 뿌리를 내리기 전에 햇빛이 잘 드는 자리를 선점하는 이 초기 전략만큼은 존경할 만한 성공 신화로 여겨진다. 게다가 교살자 무화과나무의 치명적인 포옹에도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폭풍이 몰아치는 동안 숙주 나무를 꽉 붙들어  숙주가 쓰러져 죽을 확률을 낮춘다. 교살자 무화과나무는 직장에서 난관을 극복하려 고생하는 여성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_<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 중에서


마거릿은 자신의 성장 과정이 숲 바닥에서 싹을 틔우는 지극히 평범한 묘목과 닮았다고 말한다. 경력을 발전시켜나가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를 전략적으로 찾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지 못했고, 여성 멘토의 부재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주어진 가용 자원과 전략을 최대한 활용하지도, 교살자 무화과나무처럼 효과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고민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거릿은 포기하지 않았다. 1980년대 이전까지 나무 하층부만 관찰하여 숲 건강을 추론하던 과학계에서 나무의 95퍼센트에 해당하는 나무 상층부를 연구하며 나무과학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냈다. 그러한 마거릿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지혜는 다음과 같다.

1. 똑똑하고 강해지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

2. 언제나 다른 여성을 보살피고 지지하라.


수많은 여성들이 때로는 자비로운 무화과나무처럼, 때로는 전략적인 교살자 무화과나무처럼 자신의 삶을 진취적으로 영위해가길 소망하며 말이다.

도서 <우리가 초록을 내일이라 부를 때>는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숲우듬지 곳곳의 비밀을 밝히며 기후위기가 코 앞으로 다가온 오늘날, 나무와 숲의 경이로움을 통해 희망을 노래한다. 또한 남성 중심인 과학계에서 소수자로서 폭력과 차별을 겪고도 어느새 나무처럼 우뚝 선 여성 과학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 과학자로서 수많은 장애물을 넘고 수없이 전쟁을 치르며 숲우듬지에 올라선 작가는 실천하는 지성만이 지닐 수 있는 진심으로, 연구자가 아닌 시민들도 자연을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숲우듬지 통로를 활용해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시민과학자 활동을 추진하며 일상에서 숲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한 사람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모이면 훨씬 강해진다. 작가는 지금 당연한 것이 앞으로도 당연하려면 이제라도 연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곳에는 실제로 우리 목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진심이 깃든 이 책을 통해 우리 모두 작은 힘을 한데 모아 '초록'을 향해 나아가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은 나무 생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과학자의 탐험 기록이자
유리 천장을 깨는 당찬 여성의 투쟁기이다.
놀라운 과학 지식은 덤이다.

─ 이정모(국립과천과학관장)



★★★리베카 긱스, 제인 구달, 우종영, 이정모 추천★★★
40년 동안 숲우듬지에 오른 여성 과학자 이야기

#우리가초록을내일이라부를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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