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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1장: CMA 사용 설명서

"월급 로그아웃" 탈출하기

월급날, 통장에 찍힌 숫자를 보며 잠시 안도하지만, 며칠 뒤 카드값과 공과금이 빠져나가면 다시 텅 비어버리는 통장. 많은 2030이 매달 이 ‘월급 로그아웃’의 굴레를 반복합니다. 어차피 나갈 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잠깐이라도 머무는 그 돈이 단 하루라도 이자를 벌어다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죠.


'파킹통장 유목민'의 탄생: 0.1%에 쏟는 비효율적인 노력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파킹통장’을 찾아 헤맵니다. ‘파킹(Parking)’이라는 이름처럼, 잠시 주차해 두어도 이자가 붙는다는 은행의 수시입출금 상품들입니다. A 저축은행이 연 3.5% 특판을 한다고 하면 우르르 몰려가 계좌를 만들고, 몇 달 뒤 B 은행에서 연 3.6%짜리 상품이 나오면 또다시 신분증을 꺼내듭니다. 어떻게든 0.1%라도 더 높은 이자를 받기 위한 ‘금리 쇼핑’ 여정이 시작되는 겁니다.

하지만 이 노력이 과연 합리적일까요?

2천만 원을 예치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연 3.5% 금리와 연 3.6% 금리의 1년 치 세전 이자 차이는 얼마일까요? 정확히 2만 원입니다. 이 2만 원을 더 벌기 위해, 우리는 귀찮은 앱 설치와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치고, 새로운 이용약관에 동의하며 소중한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우리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 원에 가깝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이 ‘금리 쇼핑’은 어쩌면 비효율을 넘어 손해일지도 모릅니다.

돈 관리는 단순히 ‘아끼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포함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기술’입니다.


CMA: 당신의 돈에게 '매일' 일 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이런 고민에 대한 명쾌한 답이 바로 CMA(Cash Management Account, 종합자산관리계좌)입니다. CMA는 주로 증권사에서 만드는 수시입출금 계좌인데, 은행 보통예금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은행 보통예금 (0.1%): 이자는 1년에 한두 번, 특정 결산일에 지급됩니다. 돈이 자주 들고 나는 월급 통장의 경우, 실제 받는 이자는 명시된 0.1%보다도 더 적습니다. 그냥 돈을 잠시 보관하는 비효율적인 '창고' 역할입니다.

증권사 CMA (RP형 기준, 연 2~3%대): 가장 큰 특징은 이자를 '매일' 계산해서 지급한다는 점입니다. 어제 넣은 돈에 대한 이자가 오늘 새벽에 바로 원금에 더해지고, 그 합쳐진 금액에 대해 내일 또 이자가 붙습니다. ('일 복리' 효과) 돈이 단 하루만 머물러도 스스로 일을 하는 '일터'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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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월급 300만 원이 들어왔다가 오늘 카드값 200만 원이 나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은행 보통예금(0.1%)에 있었다면 그 하루 동안 이자는 거의 0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CMA(3% 가정)에 있었다면 약 164원 정도의 이자가 붙습니다.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CMA는 당신이 신경 쓰지 않아도, 당신의 돈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이자를 벌어오는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파킹통장보다 CMA가 더 나은 이유: '허브(Hub)' 기능

"요즘엔 은행 파킹통장도 금리 높은데요?"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CMA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0.1%p의 금리 차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CMA가 가진 '허브(Hub)' 기능 때문입니다.

증권사 CMA 계좌는 원래 1부의 뒷장들에서 다룰 주식, 펀드, 채권(3장) 등 다양한 금융상품 투자를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주식/펀드/채권 계좌와 자금 이체가 즉시, 무료로 가능합니다.

공모주 청약 증거금 납입 및 환불이 용이합니다.


즉, CMA는 단순히 이자를 조금 더 주는 통장이 아니라, 당신의 모든 금융 활동을 연결하는 중심축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당장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자체로 훌륭한 수시입출금 통장이니까요. 은행 통장과 사용법은 거의 똑같은데, 이자는 매일 더 많이 줍니다.


CMA, 얼마나 채워둬야 할까? 당신의 '불안 방지턱'

그렇다면 모든 돈을 CMA에 넣어두는 것이 좋을까요? 아닙니다. CMA의 목적은 '투자'가 아니라 '관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두 가지 역할을 합니다.

비상금 보관: 갑자기 아프거나, 경조사가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지출이 발생했을 때 즉시 꺼내 쓸 수 있는 돈.

거래 완충 자금: 월급이 들어와서 카드값, 월세 등이 빠져나가기까지 잠시 머무는 돈.


전문가로서 제안하는 가장 현실적인 기준은 '매달 나가는 고정 생활비의 3~6개월 치'입니다.

만약 당신의 월 고정 생활비(월세, 공과금, 통신비, 보험료, 교통비, 최소 식비 등)가 150만 원이라면, 450만 원(3개월)에서 900만 원(6개월) 정도를 CMA에 비상금으로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상금 기준액'을 초과하는 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돈은 더 이상 CMA에 '보관'할 돈이 아닙니다. 그 돈은 당신의 미래 목표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일해야' 할 돈, 즉 2장(적금), 3장(채권) 등에서 다룰 도구들로 '배치(Allocation)'되어야 합니다.


CMA 종류, 뭐가 이렇게 많아? (딱 하나만 기억하세요: RP형)

CMA 계좌를 만들려고 하면 RP형, MMF형, 발행어음형 등 여러 종류가 나와서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안전한 비상금 보관 + 매일 이자 받기)에는 **'RP형 CMA'**가 가장 적합하고 일반적입니다.

RP(환매조건부채권)형: 증권사가 보유한 안전한 채권(국공채, 우량 회사채 등)에 투자하여 약정된 수익을 매일 지급합니다. 예금자 보호는 안 되지만, 투자 대상이 매우 안전하여 원금 손실 위험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증권사 CMA가 이 RP형입니다.

(기타 MMF형, 발행어음형 등): 금리가 약간 높을 순 있지만, 실적 배당이거나 증권사 신용에 의존하므로 '비상금' 용도로는 RP형보다 안정성이 낮습니다.


결론: 비상금 목적이라면 고민 없이 'RP형 CMA'를 선택하면 됩니다.

[CHECK POINT] 나에게 맞는 CMA, 10분 만에 고르고 만들기

자, 이제 마지막 단계입니다. 어떤 증권사의 RP형 CMA를 만들지 결정해야 합니다. 이때 또다시 '0.1%p 더 높은 금리'를 찾아 헤맬 필요가 있을까요? 없습니다. 우리가 따져야 할 것은 '나의 편의성'입니다.

이미 주식/펀드 거래하는 증권사가 있다면?
→ 그곳 CMA를 만드세요. 앱 하나로 관리하는 게 제일 편합니다.

주거래 은행과 연계된 증권사가 있다면? (예: 국민은행-KB증권)
→ 그곳 CMA를 만드세요. 은행 앱과의 연동이나 이체가 편리할 수 있습니다.

둘 다 없다면?
→ 아무 대형 증권사(미래에셋, 삼성, NH, KB 등) 앱도 상관없어요. 금리 차이, 서비스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개설은 어떻게? → 해당 증권사 앱을 다운로드하고, [계좌 개설] 메뉴를 찾아 안내에 따라 진행하면 됩니다. 신분증(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만 준비하면 10분 안에 비대면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개설 시 'CMA 계좌' 또는 '종합매매 계좌' 등을 선택하고, 약관 동의 과정에서 'CMA 서비스 신청' 항목을 체크하면 됩니다.)


체크카드 발급: CMA를 생활비 계좌로 쓰려면 체크카드가 필수입니다. 계좌 개설 시 함께 신청하거나, 개설 후 별도로 신청하세요. 대부분의 증권사 체크카드는 은행 ATM 출금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합니다.

우리의 목표는 최고의 이자율을 찾는 '금리 노마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죽어있는 돈'을 '매일 일하는 돈'으로 바꾸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장 적은 시간과 노력으로 구축하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증권사 앱을 켜고, 당신의 돈에게 새로운 '일터'를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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