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자율'과 '우대 조건' 함정 피하기
1장에서 우리는 CMA를 활용해 '잠자는 돈'에게 매일 일을 시키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CMA는 어디까지나 비상금을 보관하는 '파킹' 통장이죠. 이자율이 연 2~3%대라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1년 뒤 여행 자금 300만원", "2년 뒤 이사 보증금 1,000만원"처럼 '목적이 분명한 돈'은 어떻게 모아야 할까요? 이때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상품이 바로 '적금'입니다.
2030에게 적금은 '저축' 그 자체와 동의어입니다. "돈 모아야지"라는 다짐은 곧 "적금 통장 만들어야지"로 이어지죠. 일단 네이버에 '적금 금리 비교'를 검색합니다. A 은행은 연 4.5%, B 저축은행은 연 5.2%... 숫자들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심이 듭니다.
'이런 건 누구나 다 아는 정보고... 혹시 은행 창구에 가야만 알려주는, VIP나 직원 가족만 가입하는 '진짜 좋은' 상품이 따로 있는 거 아닐까?'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너무 쉽게 얻은 정보라 오히려 의심스럽죠.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비밀 상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안심하세요. 은행에서 판매하는 모든 금융상품(예금, 적금 등)은 금융감독원의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으며,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이나 '금융감독원 금융상품한눈에' 사이트에 의무적으로 공시됩니다. 우리가 인터넷 검색으로 보는 정보와 은행 직원이 창구에서 보는 정보는 100% 동일합니다.
은행 직원이 "고객님께만 특별히..."라고 말하는 상품이 있다면, 그건 당신이 '우대 조건'을 만족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지, 숨겨진 상품을 꺼내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숨겨진 정보'를 찾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은행 앱을 켰는데 '연 5.0%'라는 고금리 적금 상품이 보입니다. 만약 100만원을 1년 동안 넣어두면 105만원(이자 5만원)을 주는 '예금'과 같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첫 번째 오해입니다.
적금의 '연 5%'는 '만기까지 모두 채웠을 때, 연이율로 환산한 금리'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매달 돈을 나눠서 넣습니다.
첫 달에 넣은 10만원은 12개월 치 이자(5%)를 다 받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달에 넣은 10만원은 고작 1개월 치 이자만 받습니다.
복잡한 계산은 생략하고 결론만 기억하세요. 매달 같은 금액을 넣는 1년 만기 적금의 실제 이자율은, 표기된 금리의 절반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연 5%짜리 적금'에 매달 10만원씩 1년(총 원금 120만원)을 넣었을 때, 우리가 실제로 받는 세전 이자는 약 32,500원입니다. 원금 120만원 대비 실제 수익률은 약 2.7% 수준이죠. 5%의 절반이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이 사실을 모른 채 '5%'라는 숫자만 보고 가입하면, 1년 뒤 만기 알림을 받고 "에게? 이자가 생각보다 너무 적네?"라며 실망하게 됩니다. 적금이 우리를 속인 게 아니라, 이자 계산 방식이 우리의 기대와 달랐을 뿐입니다.
적금 금리의 두 번째 함정: '우대 조건'이라는 미끼
이 2.7%의 실제 이자율마저 받지 못하게 만드는 더 큰 함정이 바로 '우대 조건'입니다.
은행이 5%라는 높은 숫자를 제시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금리 적금은 [ 기본 금리 (예: 2.0%) + 우대 금리 (예: 3.0%) ]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 다음과 같은 까다로운 미션을 요구합니다.
(미션1) 이 은행 신규 고객이어야 함 (기존 고객은 안 됨)
(미션2) 이 은행 신용카드로 월 50만원 이상 6개월 사용
(미션3) 이 은행으로 급여 이체 필수
(미션4) 마케팅 알림 수신 동의
(미션5) 주택청약 신규 가입
만약 이 중 하나라도 놓치면, 우대 금리 3.0%는 공중분해되고 기본 금리 2.0%만 받게 됩니다. (이 경우 실제 수익률은 1%도 안 되겠죠.)
5% 금리를 보고 가입했지만, 나도 모르게 신용카드를 긁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 10만원을 더 하게 된다면? 당신은 이자를 버는 게 아니라 손해를 보고 있는 겁니다. 그 '노력'의 대가가 고작 몇천 원의 이자라면, 그게 과연 합리적일까요?
[CHECK POINT: 2030을 위한 '진짜' 적금 활용법]
적금은 2030의 돈 모으기에 가장 기본이 되는 '도구'입니다. 이 도구를 제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0.1%p 높은 숫자에 현혹되는 것이 아니라 이 도구가 가진 '본질적인 기능'과 '현실적인 한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1. 적금의 본질은 '이자'가 아니라 '강제성'이다. 적금의 진짜 가치는 이자가 아닙니다. 바로 '강제로 돈을 묶어두는 것'입니다. '남으면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저축'하게 만드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시스템이죠. 1~2년 뒤의 '목표 자금'을 중간에 써버리지 않도록 묶어두는 '안전 금고' 역할, 그것이 적금의 핵심입니다.
2. '우대 조건'이 나에게 이득인지 냉정하게 판단하라. 금리가 0.5%p 낮더라도 우대 조건이 아예 없는 적금이, 조건이 까다로운 고금리 적금보다 나을 수 있습니다. 내가 평소 생활 패턴 안에서 '추가 비용이나 불필요한 노력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조건인지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3. '저축은행 vs 시중은행': 안정성이 우선이다. 저축은행은 금리가 1~2%가량 높지만, 안정성을 고려하여 예금자보호 한도(원금+이자 합쳐 5천만원) 내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리가 귀찮다면 그냥 주거래 시중은행에서 조건 없는 적금을 드는 것이 당신의 시간을 아끼는 길입니다.
4.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하라: '노력'이 든다면 '채권'이 낫다. 만약 당신이 우대 금리를 받기 위해 급여 이체를 옮기고, 카드 실적을 맞추는 '적극적인 노력'을 할 의지가 있다면, 차라리 그 노력으로 적금보다 안전하면서 수익률은 더 나은 '채권'을 공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이것이 바로 3장의 주제입니다.)
적금은 돈을 '불려주는' 상품이 아닙니다. 돈을 '모으게' 해주는 상품입니다. 이 명확한 한계를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적금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는 모네타 싸이트 화면의 예시입니다.
우리에게 공개되는 세전금리와 함께 실제 우리 받는 세후수령액이 계산되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