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프롤로그 - 세상에 나쁜 금융 상품은 없다.
세상에 나쁘기만 한 금융상품은 거의 없습니다. 애초에 고객 돈을 등쳐먹으려고 작정하고 만든 ‘사기 상품’도 (물론 아예 없지는 않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것들 중에는 드뭅니다. 문제는 언제나 상품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상품을 대하는 우리의 ‘잘못된 기대’입니다.
마치 나이키 농구화를 신는다고 마이클 조던처럼 날아다닐 수 없고, 최신 축구화를 신는다고 메시처럼 현란한 드리블을 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농구화와 축구화는 분명 훌륭한 ‘도구’지만, 그것만 신는다고 갑자기 없던 실력이 생기지는 않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유독 금융상품에는 다른 잣대를 들이댑니다.
마치 그 상품 자체에 내 인생을 극적으로 바꿔줄 특별한 힘이라도 있는 것처럼 믿습니다. ‘이 펀드에 넣으면 노후 준비 끝날 거야’, ‘이 주식만 사면 경제적 자유 달성할 수 있어’ 라고요. 하지만 농구화가 조던을 만들지 못했듯, 금융상품 하나가 당신을 갑자기 부자로 만들어주지는 못합니다.
왜 우리는 이런 착각에 빠질까요?
"티끌 모아 태산", "아껴야 잘 산다", "복리의 마법" 같은 이야기들이 대표적이죠. "오늘 커피값 아끼면 내일 부자 된다"는 식의 단순화된 구호는, 현실의 복잡성(물가 상승, 예측 불가능성, 기회비용 등)을 철저히 외면합니다. 2부에서 더 자세히 파헤치겠지만, 이런 믿음들은 오히려 현재의 불안을 키우고 미래를 더 불확실하게 만들 뿐입니다.
이 책 1부에서 앞으로 소개할 다양한 금융상품들 - CMA부터 비트코인까지 -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것들은 모두 당신의 돈 관리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유용한 '도구'일 뿐입니다.
어떤 도구를 선택하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어떤 '기준'으로,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좋은 망치(도구)가 있다고 해서 저절로 멋진 집(목표)이 지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설계도(기준)와 정확한 사용법(기술)이 필요합니다.
1부에서는 각 도구들의 진짜 사용법과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명쾌하게 알려드릴 겁니다. 하지만 이것만 기억하세요. 우리는 여전히 상품 설명서 어디엔가 '정답'이 숨겨져 있을 거라 기대하지만, 사실 그 답은 언제나 그 도구를 사용하는 당신의 ‘기준’ 안에 있습니다. 이 도구들의 사용법을 배우면서, 동시에 '나는 어떤 기준으로 이 도구를 내 삶에 적용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3부에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당신만의 단단한 돈 관리 기준, '디폴트 머니 플랜(DMP)'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