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7년 11월 호
글·신시아 고니 사진·윌리엄 대니얼스
전 세계 수십만 명의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선진국에서는 당연시되는 전염병 예방 백신을 가난한 나라의 어린이들에게도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 가서 아이를 보고 그냥 곁에 앉아보세요. 그 아이 때문에 삶이 완전히 변한 오빠와 여동생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백신이 아주 중요한 것입니다. 우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합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이런 처지에 놓이지 않을 거예요.” 사미르 사하가 말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사하가 음울한 표정으로 차량 뒷좌석에 앉아 있다. 운전기사가 차를 몰며 소형 버스, 오토바이, 인력거, 트럭 그리고 승객들이 문 밖까지 매달린 낡은 버스들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간다. “아이의 목숨은 구할 수 있었지만, 결국… 가서 보면 알게 될 겁니다.” 사하가 말했다.
사하는 폐렴구균 박테리아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미생물학자다. 그가 설립한 연구소는 방글라데시의 최대 어린이 병원인 다카 시슈의 한 귀퉁이에 자리 잡고 있다. 병원 복도를 따라가면 병실마다 침대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 병문안 시간에는 아픈 아이가 누워 있는 침대마다 염려하는 가족들이 많이 모여 있는 듯하다. 연구소 안에서는 흰 가운을 걸친 연구원들이 날마다 폐렴구균을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오늘날 폐렴구균 박테리아는 어느 곳에나 존재한다. 재채기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쉽게 퍼지며 건강한 면역 체계를 가진 사람의 비강에서 병을 유발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면역 체계가 약화되면 폐렴구균은 이동하고 증식해 생명을 위협하는 전염병을 일으킬 수 있다. 적절한 의료 서비스나 항생제를 즉시 투여 받을 수 없는 지역의 아이들이 가장 위험하다. 21세기 초반에 세계 최초로 효과적인 어린 이용 백신이 미국과 캐나다에서 보급이 됐던 당시 전 세계에서 해마다 8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폐렴구균 질병으로 죽어갔다. 다시 말해 75만 명 이상의 유아와 다섯 살 미만의 아이들이 아주 흔한 유기체 때문에 폐렴이나 뇌수막염, 치명적인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 사망의 대부분이 방글라데시 같은 가난한 나라들에서 발생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 2017년 11월 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