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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목수 Sep 20. 2022

아들의 결혼식

결혼하는 아들 부부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축사.

안녕하십니까?


저는 오늘 백년가약을 맺기 위해 앞에 서 있는 신부의 시아버지이자 신랑을 낳아 키운 친아버지입니다. 존경하는 사돈어른과 나란히 서서 신랑, 신부와 여러분을 마주하게 되어 무한한 영광과 넘쳐 오르는 감동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먼저 바쁘신 와중에서도 이 따뜻한 봄날의 토요일, 그 소중한 시간을, 정말 귀하게 내어서 참석해 주신 양가의 일가친척, 친우, 선후배, 지인, 여러 모든 분들께 뜨거운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 참석하신 대부분의 양가 내빈께서는 여기에 서있는 신랑과 신부의 출생과 성장과정을 지켜봐 오셨고 그 사랑하는 마음으로 두 사람의 혼인에 증인이 되어 주시고 그들 앞에 놓여 있는 미래에 큰 힘을 불어넣어 주시기 위해 참석해 주셨다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그러므로 부부의 연을 맺는 이 엄숙한 자리에서 신부와 신랑은 마음을 가다듬고 축하객들께 감사를 드리면서 훌륭하고 모범적인 부부가 되기를 다짐하고 약속하여야 할 것입니다.


두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해변도시, 샌디에이고에서 사랑으로 만나 연인이 되어 근 5년 동안 2만 5천 리 길, 태평양을 오가며 견우와 직녀처럼 아쉽고 처절한 그 사랑을 키워 오다가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남들처럼 매일같이 보고 싶을 때 만나지도 못하고 밤, 낮이 바뀌는 서로 다른 감성의 시계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일심으로 지켜 오다가 드디어 오늘부터 마음껏 사랑하고 항상 만져보고 같이 할 수 있는 부부의 혼인식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한 여정을 지켜본 부모로서 두 사람이 정말 장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부부의 인생은 사랑만을 먹고 살기에는 해 내어야 하고 넘어야 하는 현실의 벽이 버티고 있습니다. 더구나 신랑은 조금 남은 학업을 아직도 진행 중인 상태에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되고자 하니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우리라 생각됩니다.


이에 신랑, 신부의 부모로서 구구절절 당부하고 싶은 말이 너무나 많으나 딱 한 가지만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소 재미있는 인용을 할까 합니다.


16세기 프랑스의 유명 작가이자 철학자였던 Michel de Montaigne는 결혼을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한 말이 있습니다.


' A good marriage would be between a blind wife and a deaf husband '


'좋은 결혼이란 눈이 안 보이는 와이프와 귀가 안 들리는 남편의 만남이다'라고 해석하면 되겠지요.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25년, 30년 가까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보고 느꼈던 습관이나 성격이 어느 날 갑자기 서로가 마음에 딱 맞게 되지가 않습니다. 인간은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무시하고 자기 기준으로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기가 싶습니다. 그러므로 사소한 갈등이 그 어렵게 키워 온 부부의 사랑을 허물어 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신혼 초기에 잦은 부부싸움을 하기도 하는 이유이겠죠.


그러므로 봐도 못 본 , 들어도 못 들은 척, 천천히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평화가 가득한 행복한 가정을 가꾸어 나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부끄러운 졸작이지만 시 한 편을 낭독하고 마칠까 합니다.

그동안 일심으로 사랑을 키워 오면서 오랜 기간 먼 곳에 있는 연인을 믿고 기다리며 고독의 슬픔을 이겨낸 신부의 마음을 그려 보았습니다.


 

      4월의 신부


오!  사랑하는 그대여

4월의 꽃길로

내 손을 잡으러 오소서



기다림에 지쳐

눈물로 지새운 밤

잎 날리는

그 길로 오소서



한숨으로 채워진

기나긴 시간들은

꿈의 뒤편으로 밀어 내고

나뭇잎 흔들리는

고요한 전율로

당신을 맞을게요



지난날

방황과 혼돈의 동토 아래서

차디찬 암흑을 움켜쥐고

뿌리를 지켜낸

우리 사랑이

이제 이 순간

새싹을 피워 내고

꽃을 피웠잖아요




오!  그대여

사랑하는 그대여

꽃잎 날리는

4월의 꽃길로

나의 꽃길로

달려와 주소서




달려와

안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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