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교사가 부족하다

한국은 있지만, 르완다는 없는 것 #9

by 라이프파인

약 1년 전쯤, 아이가 밤에 고열이 올랐습니다. 39~40도를 왔다갔다 하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한국인 의사 선교사님이 계셨는데 아이가 아프기 며칠전 한국으로 출국하셨고 르완다에서 믿고 갈만한 병원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겨우 찾은 병원에서는 의사를 만나는데 1시간, 진료를 보고 결과를 듣는데 4시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다행히 말라리아나 아메바와 같은 심각한 병은 아니였고, 독감 정도여서 1주일 정도 쉬니 나았습니다)


"시골에서는 어떻게 아픈 사람들이 치료를 받나요?" 제 질문에 르완다 동료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운이 좋으면 지역 보건소에 간호사가 있어요. 하지만 의사를 만나려면 대부분 큰 도시로 나가야 해요. 어떤 마을에서는 의사를 만나기 위해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 경우도 있죠."


르완다는 1994년 제노사이드 이후 의료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많은 의료진이 목숨을 잃거나 나라를 떠났고, 병원 시설도 파괴되었습니다. 지난 25년간 르완다 정부는 의료 시스템 재건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의사 수는 인구 대비 턱없이 부족합니다. WHO 기준으로 르완다의 의사 수는 인구 1만 명당 약 1명 수준으로, 한국(약 24명)의 1/24에 불과합니다.


"우리 마을에는 의사가 없어요. 대신 우리는 서로를 돌봐요."


마을 어르신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 르완다 사람들은 전통 의학과 상호 돌봄의 지혜를 발전시켜왔습니다. 감기에 좋은 허브티, 상처 치료에 효과적인 식물, 출산을 돕는 전통적인 방법들이 여전히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교육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르완다는 기초 교육 보급률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자격을 갖춘 교사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 학급에 학생이 60-70명인 경우도 흔하고,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과목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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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부 호수 근처의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 교실 하나에 60명의 아이들이 빽빽하게 앉아 수업을 듣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칠판 하나와 목소리만으로 이 많은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요."


교장 선생님의 말씀처럼, 그곳의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눈을 반짝이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선생님의 존재'가 이곳에서는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르완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생과 교대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졸업 후 일정 기간 농촌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 NGO들과 협력하여 의료진과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르완다에서의 4년은 제게 '당연함의 소중함'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프면 병원에 가고, 배우고 싶으면 학교에 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곳에서 의사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은 여전히 특권에 가까운 일입니다. 의사와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가치, 그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는 실로 엄청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축복인지, 르완다가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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