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개발협력 현장이야기 #26
최근 한국 축구는 방향을 잃고 침체기를 겪고 있습니다.
동시에, 제가 몸담고 있는 국제개발협력(ODA) 분야 역시 여러 국내외적 어려움 속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언뜻 보면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이 두 가지 이야기가 '생태계'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연결시킨 흥미로운 관점이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공적인사적모임'의 오의석 대표는 최근 한 국제개발협력토론회에서 '일본 축구의 발전 사례'를 통해, 우리가 마주한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의 문제를 명쾌하게 풀어냈습니다. 그의 핵심메시지는 이것이었습니다.
"가슴을 울리는 명확한 공동의 목표 없이는, 결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일본 축구는 어떻게 한국 축구를 추월했을까요?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비등비등 한국 축구가 우위를 점했지만, 이제는 모든 면에서 일본이 우리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피파랭킹(15위)을 자랑하는 일본은 지난 3월 북중미월드컵 개최국(미국·캐나다·멕시코)을 제외하고 가장 이른 시점에 월드컵 본선을 확정할 만큼 압도적인 전력을 과시했습니다.
이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오 대표의 말에 따르면, 일본 축구의 성공은 몇몇 스타 선수나 단기적인 투자 덕분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수십 년에 걸쳐 철저히 계획되고 실행된 '생태계 구축'의 승리였습니다.
첫째, 일본은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는 거대하고 명확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2005년, 일본 축구협회는 "2050년까지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당시로서는 허황돼 보이기까지 한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 단순하고 강력한 목표는 일본 축구계 전체를 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둘째, 단기 성과가 아닌 장기적인 비전, '100년 구상'을 설계했습니다.
일본은 단순히 국가대표팀의 성적에만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부터 J리그 100주년이 되는 2092년까지 전국에 100개의 프로 클럽을 만들겠다는 장대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는 단순히 팀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축구를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가 함께 즐기는 문화 인프라를 전국에 촘촘하게 깔겠다는, 축구의 뿌리를 단단하게 내리려는 철학이었습니다.
셋째, 자신들만의 철학인 'Japan's Way'를 정립했습니다.
그들은 유럽이나 남미를 무작정 따라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축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인재를 키우고, '피지컬이 약하다'는 약점을 스스로 분석해 '민첩성'과 '회복력'이라는 강점으로 승화시키는 등 자신들만의 방식을 시스템으로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국가대표 - 프로리그 - 지역사회]가 서로를 키워주고 밀어주는 선순환 생태계가 완성되었습니다. 국가대표의 인기가 리그의 흥행으로 이어지고, 탄탄한 리그와 지역의 지지가 다시 훌륭한 선수들을 키워내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시, 국제개발협력의 현실로
오의석 대표는 이 축구 이야기를 우리 국제개발협력 생태계에 그대로 비춰봅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진정한 생태계란 지금 여기 있는 우리가 모두 사라져도 다음 세대에게 남겨줄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태계 설계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바로 '우리의 공동 목표는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ODA의 목표는 국익 창출"이라고 쉽게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이 현장에서 땀 흘리는 활동가부터 정책을 만드는 공무원까지,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하고 진심으로 동의하는 목표일까요? 만약 우리의 목표가 이렇게 모호하거나 모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면, 우리는 "한국은 대체 왜 국제개발협력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할 수 없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국제개발협력 일자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은 더 많은 예산이나 사업을 따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일본 축구가 '월드컵 우승'이라는 꿈을 함께 꾸기 시작했던 것처럼, 우리 분야에 속한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나아갈 수 있는 "한국 국제개발협력의 공동 목표"를 세우는 것. 바로 거기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깊은 울림을 주는 발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