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년 대폭락' '0000년 위기'가 잘 먹히는 이유는?
대학과 직장 초년병 시절 무엇보다 종자돈을 하루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한 시기였지만 주변에서 "이거 한번 사봐"라는 주식 권유에 덜컥 해당 주식을 샀다가 실패했다. 그 뒤로 알았다. 주식이든, 집이든, 금이든, 달러든 재테크를 권유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그걸 산 뒤 남에게 얘기한다는 걸... 다단계는 무슨 강남의 사무실이나 비밀 공간에서 퍼지는게 아니었다.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누군가 나에게 권유하면 정보가 아닌 뉴스의 끝물이거나 막차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2018년을 앞둔 2015년쯤 '폭락'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근원은 '인구절벽'에서 비롯됐다. 그는 미국의 경제학자이다.. 투자자문사를 하고 있고 많은 책을 썼다. 대표적인 책인 '인구절벽' 등 많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의 책은 왜 잘 팔릴까? 책 제목을 찾아봤다. 많은 책들이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이 됐다. 10년 넘게 낙관론이 아닌 비관론을 외치고 있는 대표적인 학자이다. 말과 글로써... 책 제목은 이렇다.
Bubble Boom → 세계 경제 대예측 2005~2009 (2005년 출간)
The Great Crash Ahead : Strategies for a World Turned Upside Down (2012년 출간)
→ 2013~2014 세계 경제의 미래 : 디플레이션 시대 모든 것이 달라진다 (2012년 출간)
The Demographic Cliff : How to Survive and Prosper During the Great Deflation of 2014-2019 (2014년 출간)
→ 2018 인구 절벽이 온다 : 소비, 노동, 투자하는 사람들이 사라진 세상 (2015년 출간)
The sale of a lifetime : How the Great Bubble Burst of 2017~2019 Can Make You Rich
→ 2019 부의 대절벽 :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붕괴가 시작된다 (2017년 출간)
하지만 생각보다 그 해에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다. 소비자와 노동자, 투자자들은 없어지지 않았고, 세계 경제는 더욱 활황에 접어 들었다. 미국 증시는 연일 전고점을 경신했다. 2019년은 피할 수 없는 거대한 붕괴가 시작된 것이 아니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코로나 19가 전세계를 비대면의 시대로 만들었다.
인구는 줄었지만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자식을 낳지 않거나, 가정을 꾸리지 않거나, 다양한 형태의 1인 가구가 늘었고, 주택은 여전히 부족하다. 베이비 부머들은 은퇴하지 않았고, 평균 수명은 늘었으며, 부모들은 집을 팔아서 교외로 나가지 않았고, 주택을 담보로 모기지론을 받아서 생활비를 쓰는 은퇴자들은 없었다. 중장년층들은 여전히 유튜브를 보고 주식을 하고 재테크를 하면서 MZ 세대들과 경쟁하고 있다. 세상은 생각만큼 비관적이지 않았고, 세상은 단순하게 인구구조가 바뀌었다고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사는 복잡계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출처 : Fox 뉴스 디지털(2024. 6. 9.) https://www.foxbusiness.com/video/6354509900112>
이번에는 Fox 뉴스를 통해서다.
"내년 초중반에 증시가 대폭락할 것이다. 2008년보다 더 큰 폭락이 될 것이다. S&P 지수는 고점 대비 86%가 빠지고 나스닥은 92%가 하락할 것이다. 엔비디아는 98%가 하락할 것이라고 말하고 증시는 끝났다고 했다.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미국 주택 가격이 가치보다 2배 이상 올랐다고 했다. 역사상 사람들이 주택을 이렇게 많이 소유한 적이 없으며 투기 목적으로 두 채, 세 채 집을 산 사람들이 많다."
이 뉴스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의 인터뷰 내용을 다 보고 난 뒤 난 이 글을 쓰기로 했다. 판단은 읽는 독자들의 몫이다. 경제학자들의 주장은 자유지만, 그들은 책임지지 않는다. 국내 저명한 전문가들 역시 마찬기자다. 그들은 그들의 말에 대한 A/S를 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아니라 책 1권만 읽은 사람이라고 했다. 그 당시에는 경제학자 외에도 비슷한 주장에 편승해 인구 감소와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아파트 수요 감소 등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워 아파트값 폭락을 주장했던 국내 저자들이 있었다.
우린 저 경제학자의 말에 꽂혀서 2015년에 아파트를 팔았다. 아파트 값은 정확히 그때부터 미친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누구 탓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가지 원인만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대세는 유튜브다 책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 다양한 주장을 펼친다. ‘폭락론자’들은 끊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폭락론’에 솔깃해질까?
천둥 번개가 거듭되는 중뢰진(重雷震)
51번째 주역의 괘. 번개가 거듭된다. 움직임이 두개 겹쳐 있으니 천둥도 되고 지진도 된다. 보통 한번 오고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자연의 움직임을 보고 항상 두려워하고 경계하라고 주역에선 얘기한다. 불안은 주는 건 땅이 흔들리는 순간보다 그 전이다. 폭락론에 집중하는 건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에 대해 우리가 그만큼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의 불안정성, 경제적 변동,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하는게 우리 본능이기 때문이다. 진화를 거듭하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인간의 DNA에는 동물의 위협과 식량 부족과 나 자신과 가족을 보호해야하고 그렇게 성공한 일종의 공식이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대뇌변연계 내의 편도체가 주로 담당한다고 한다. 공포와 불안에 대한 학습과 기억은 즉흥적이다.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를 흔드는 불안은 우리의 가장 우선 경계 대상이 되지 않았을까.
공포는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지만, 이건 끊임없는 작용으로 발전과 진화의 힘이라고 어떤 주역 학자들은 얘기한다. 말하자면 사이클인 것이다. 끊임없이 폭락하는건 없다. 다만, 경기 순환 사이클의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올랐으면 내려가게 되어 있고, 추락했으면 다시 상승하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다. 경제 법칙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 가운데는 평생 폭락과 비관론 만을 얘기하는 ‘매파’가 많아 보인다. ‘닥터 둠(Dr. Doom)’으로 알려진 루비니 교수의 발언은 언제가 부각되어 보인다. 폭락, 비관론은 상대적으로 미디어를 통해 더 빨리 퍼지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아마도 그게 사람들에게 더 잘 먹히고, 조회수가 더 잘나오는 걸 이용한 언론, 미디어의 ‘프레이밍’, 그걸 더 확산시키는 알고리즘 때문이 아닐까.
에필로그
한근태 작가는 그의 책 <재정의>에서 컬럼비아대학교 로런스 피터 교수의 말을 인용해 경제학자를 이렇게 정의한다고 얘기했다.
"경제학자는 어제 예언한 것이 오늘 왜 실현되지 않았는지 내일 알아내는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