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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국 Nov 12. 2023

나를 사랑하는 법과 타인을 사랑하는 법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언제부터인가 내 생활에 루틴이 생겼다. '루틴'은 습관적으로 하는 동작이나 절차, 틀에 박힌 일이라는 뜻인데, 요즘 많이 쓰이는 용어인 듯하다. 요즘의 나의 루틴은 주중에 회사-집 왔다 갔다 하기, 일주일에 하루 탁구 연습, 주말에는 가까운 산에 다녀오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기, 브런치 스토리 살펴보고 글 올리기 등이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일상을 지내고 있다. 전처럼 사람 만나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인다. 점심도 꼭 누군가와 같이 먹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같이 먹을 때도 있고, 혼자 먹을 때도 편하게 먹는다. 


전에는 성장하고 발전하는 삶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지금은 더 성장하고 발전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 아무런 일이 없는 틀에 박힌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아가고 있다. 어려서 나는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난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 특별하지 않은 나의 인생은 10대에서 20대가 되고, 20대와 30대, 40대를 지났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남자 평균수명은 80.83세(여자는 87.23세)이므로(앞으로 더 늘어나긴 할 것이다.), 30년 정도는 더 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남은 50~80세 동안 지금과 달리 더 특별한 삶을 살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평범한 '나'도 아끼고 사랑할 필요가 있다. 


세상은 마구마구 변하고 있고, 남들은 저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인 거 같고, 오히려 퇴보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생은 어딘가로 무한정 오르는 것이 아니라, 한참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 다람쥐 쳇바퀴에 가깝다. 제자리이거나 퇴보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쳇바퀴를 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은 나의 모습을 위해 계속 노력할 필요는 있지만, 내 생각만큼 나아지거나 발전하지 않는 현재의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필요도 있다. 부족하여 내 마음에 차지 않는 나를 누가 사랑해 줄까? 부모님과 배우자, 가족, 친구가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자기 성에 차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는 법은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자기 스스로를 안아주면 된다.


나를 사랑하는 것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주변의 사람들도 사랑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당장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고, 내 삶이 늘 피곤하고 버겁지만, 타인이 없는 내 삶은 가능하지가 않다. 나를 위해서(라도가 아니라 액면 그대로 '나를 위해서') 내 주변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


타인을 사랑하는 법은 어렵지 않다. 잘 웃어주고, 사소한 것이라도 잘한 것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잘 지내는지 한 번씩 살펴보고, 내 몸 같이는 못하더라도 조금 더 아껴주기 위해 애를 쓰면 된다. 그것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 


여태껏 살아도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휘청거린다. 남들이 좋은 말을 해주면 하늘을 날듯이 좋다가도, 한 사람이라도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한 말, 내가 한 행동에 대해 내가 당당하고 떳떳한가 하는 것이 중요하지, 남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나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행여 관심이 있어 어떤 말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결국 나의 문제이다.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으면 타인의 말에 미동하지 않을 것이고, 내가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삶을 살고 있다면 타인의 말 하나, 행동거지 하나가 내게 태풍이 되어 나를 휘몰아칠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 자신'인가, 아니면 '타인들'인가. 세상에서 나는 주인공이 아닐 수 있더라도 내 삶에서 주인공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를 사랑하는 법은 바로 내 삶의 주인공을 '나'로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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