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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몰의 운영전략

포트럭이 들려주는 부동산 이야기(6) : 상업시설 제5편

by 포트럭

오랜만에 부동산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원래 부동산 이야기가 메인이고, 회사생활 이야기는 번외편 정도로 생각했는데요. 취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서 인지 회사생활 이야기 편의 호응이 훨씬 좋아 한동안 그쪽으로만 글을 올렸네요.


이제 다시 부동산 이야기로 돌아왔습니다. 지난 1~4편이 쇼핑몰의 개발계획에 대한 내용이었으니, 오늘은 운영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첫 번째로, 운영방식에 대해 살펴볼까요?

쇼핑몰 신축이 완료되면 매장 임차인을 모집하고 운영을 시작해야 합니다. 운영방식은 크게 직접 임대/운영, 책임임차(마스터리스), 구분 임대/운영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직접 임대/운영방식은 쇼핑몰 소유자가 매장을 직접 임대하면서 전체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을 말합니다.

쇼핑몰 소유자가 운영인력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스스로 임차인을 모집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는 경우 적합한 방식이지요. 백화점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아브뉴프랑(판교/광교), 타임스퀘어(영등포), 커먼그라운드(건대입구)도 이에 해당됩니다.

소유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임대/운영하는 만큼 타 방식보다 수익도 높고 리스크도 높은 "High Risk High Return"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먼_1.jpg 코오롱 인더스트리에서 직접 임대/운영중인 커먼그라운드



책임임차란 소유자는 전문 운영업체에 쇼핑몰 전체를 임대하고, 그 전문 운영업체가 임차인을 채워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마스터리스(Master Lease)라고도 하지요.

이는 쇼핑몰 소유자가 운영 역량이 없는 경우 적합한 방식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소유자는 쇼핑몰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지요. 쇼핑몰 전문 운영업체는 SK D&D, GS 리테일, 엔터식스 같은 회사가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이 가능하지만, 전문 운영업체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직접 임대/운영 시의 수익보다 낮기 때문에 "Low Risk Low Return"인 구조입니다.


커넬워크.jpg 송도 커넬워크. 김연아가 투자해 유명해진 곳이지만 활성화가 안되 2013년부터 이랜드가 10년 마스터리스로 운영중


구분 임대/운영이란 직접 임대/운영과 책임임차를 혼합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쇼핑몰의 일정 공간은 소유자가 직접 임대/운영하고, 나머지 공간은 전문 운영업체에 책임임차를 맡기는 방식이지요. 쇼핑몰 소유자가 어느 정도의 운영 역량은 가지고 있으나, 시설 전체를 운영할 정도는 아닌 경우 또는 상권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 리스크 hedge 가 필요한 경우 적합하지요.

사업수익과 리스크도 직접 임대/운영과 책임임차의 중간인 "Middle Risk Middle Return"입니다.


타임스퀘어.jpg 영등포 타임스퀘어. "경방 직영" + "신세계백화점 마스터리스" + "매리어트호텔 위탁운영"의 구조임



두 번째로, 매장의 구성 및 배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핑몰에서 매장을 구획하고, 적합한 업종을 배치하는 것을 MD 계획(Merchandising, 머천다이징)이라고 합니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머천다이징이란 상품기획, 가격 책정, 생산량 및 판매시기 결정 등 상품화 계획의 전 과정을 뜻하나, 상업시설에서는 일반적으로 매장 구성을 의미합니다.


상업시설 MD 계획은 잠재고객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하지요. 잠재고객이 인근 거주민이라면 학원, 병원 등 근린생활시설 위주로 구성해야겠지요. 오피스 권역에 입지 한 상업시설이라면 직장인들의 점심 및 저녁 회식 수요를 감안해 F&B를 핵심시설로 구성해야 하고요.


층별 MD구성도 중요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1층은 일반적으로 편의점, 카페, 약국, 은행 등을 입점시키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층부는 목적형 시설인 학원, 병원 등을 배치하지요.


최상층에 극장 등 집객력이 우수한 시설을 배치해 아래층 매장으로 자연스럽게 고객을 유인하거나(샤워효과, Shower effect), 아래층에 푸드코트, 서점 등을 배치해 위층까지 고객을 유인하는(분수효과, Jetwater effect) 방법을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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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복합쇼핑몰 몰리브의 층별 MD구성. 1층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은행, 화장품 등이 입점

4,5층은 목적형 시설인 학원, 병원을, 최상층인 8층에는 극장을 입점시켜 분수효과를 유도함




고객들은 수직이동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1층과 그 외 층의 임대료는 꽤 차이가 나는데, 이것이 MD 계획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업종이 아니면 1층에 입점하기 어렵지요.


이 때문에 개발자는 복층형 매장, 스킵플로어, 선큰 구조 등 수직이동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는 구조를 통해 1층 이외의 층도 임대료를 높이고자 노력합니다.


복층매장.jpg 복층형 매장 : 2개층을 터서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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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큰구조.jpg

선큰 구조 : 지하층을 오픈해 접근성을 향상시킴 (source : 5osa.com)




이제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까요? MD전문가는 매장의 배치 및 구성시 쇼핑객의 소비심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적극 반영하는데요. 예를 들어 말씀드리지요.



1. 구두매장과 화장품 매장은 나란히 배치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왜 그럴까요?


여성 쇼핑객이 구두매장을 방문했다고 가정해 보지요. 구두를 골랐는데 맞는 사이즈가 매장에 없어 직원이 창고로 구두를 찾으러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쇼핑객은 무엇을 할까요? 이미 구두를 골랐기 때문에 매장 내 구두는 더 이상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이때, 바로 옆에 화장품 매장이 있으면 어떨까요? 여성에게 화장품은 늘 쓰는 제품으로, 관심이 많은 품목입니다. 짧은 시간에 잠시 들러 신제품을 발라보거나 다 떨어진 화장품을 살 수도 있겠지요.



2. 대형마트에 가보면 우유나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은 가장 안쪽에 있습니다.


유제품은 일상적으로 구매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쇼핑객의 체류시간 및 동선을 길게 하기 위해 안쪽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는 매장의 앞쪽에 배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매 목적을 가지고 여러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방문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편의점은 잠깐 들러 당장 필요한 물건만 구입하는 곳이지요. 따라서, 자주 구매하는 유제품은 눈에 잘 띄는 앞쪽에 있어야 얼른 구입하고 나갈 수 있겠지요.



3. 속옷이나 잡화류 매장은 한 구역에 모아 놓습니다.


이러한 품목들은 본인이 직접 사용하기 위해 구입하기도 하지만, 통상 선물용으로 많이 구입을 하지요. 따라서, 다양한 품목을 비교해서 살 수 있도록 집적시켜 놓는 것입니다.



4. 보석매장들도 한 구역에 모아 놓지요.


보석은 고가 제품으로, 우연히 구경하다 사는 물건이 아닙니다. 구입의사가 있는 사람들이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이처럼 목적성이 강한 매장들은 모여 있어야 소비자들이 비교하고 구입할 수 있어 쇼핑하기 편하겠지요.



5. 과거 향수 매장을 쇼핑몰 입구에 배치한 이유는 뭘까요?


옛날 프랑스에서는 길거리에 말똥이 많아 말똥 냄새가 매장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입구에 향수를 두었다고 합니다. 요즘도 쇼핑몰 진입 시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온다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향수 매장을 두기도 하는데요. 사실 향수는 자주 구입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진입부에 향수 매장이 있으면 쇼핑몰이 썰렁해 보여 안 좋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사람을 끌 수 있는 이벤트 매장이나 구매빈도가 높은 매장을 입구에 배치해 쇼핑몰에 사람이 많은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쇼핑몰의 진입부에 위치한 매장은 좋은 매장일까요? 진입부는 유동고객이 많으니 당연히 좋은 위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진입부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오히려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방문객이 쇼핑몰이라는 낯선 공간에 들어오면 이에 적응하기 위해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너무 초입에 있으면 오히려 눈길이 안 가지요.



6. 불가리 보석매장은 밖에서 안이 잘 안 보입니다.


불가리 뿐 아니라 다른 명품 보석 매장들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지요. 명품 보석은 보통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로 주는 경우가 많은데요. 만약 애인이 있거나 결혼한 남성이 다른 여자를 위한 선물을 산다면 사람들의 눈에 띄는 걸 원치는 않겠지요^^;; 즉, 고객의 프라이버시 보호 차원에서 매장 안이 잘 안 보이게 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쇼핑몰의 활성화 전략입니다.


쇼핑몰은 집객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합니다. 크게 가격전략과 비가격 전략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가격 전략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할인행사, 쿠폰 지급 또는 마일리지 적립, 사은품 증정 등이 있습니다. 비가격 전략은 각종 공연 및 이벤트 등이 있습니다. 요즘 쇼핑몰 방문객은 단순히 물품을 구입하러 온다기 보다 시간과 공간을 소비하기 위해 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공연/이벤트 등 비가격 전략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어벤저스 팝업스토어, 롯데월드타워의 1600 판다+ 전시회, 커먼그라운드의 비보이 등이 많은 인기를 끌었지요.

타임스퀘어 어벤저스.jpg 타임스퀘어 어벤져스 팝업스토어


팬더_1600__4.png 롯데월드타워 1600판다+ 전시회


커먼_가십플레이스.jpg
커먼_가십플레이스2.jpg

- 커먼그라운드 Gossip Place (주말 플리마켓) -



지금도 많은 쇼핑몰들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을 끌어들일지 고심하며 재미있고 독특한 공연/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운영의 묘를 살려 활성화를 유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볼까요?


1. 예전 미국의 월마트는 밤에 캠핑족들을 위해 주차장을 개방했었다. 영업시간 이후의 주차장은 어차피 유휴공간이니 월마트 입장에서도 문제 될게 없을 것이고, 아침이 되면 캠퍼들이 자연스럽게 월마트로 물건을 사러 오기 때문에 매출 상승에도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


2. 일반적으로 쇼핑몰은 쇼핑객의 편의를 위해 직원들의 주차공간을 몰에서 가장 먼 쪽에 둡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몰의 가장 가까운 쪽으로 옮기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방문객의 눈에는 이른 시간부터 사람들이 몰리는, 장사가 잘되는 쇼핑몰로 보일 수 있겠지요.


3. 겨울이 되면 노인들은 운동삼아 산책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래서, 과거 월마트에서는 오전 한가한 시간대에 노인들을 버스로 모셔와 쇼핑몰 내에서 산책할 수 있게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또한, 노인들의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었는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어 지금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으로 쇼핑몰 운영에 관한 이야기를 마칠까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소비 트렌드와 상업시설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ps) 두 번째, 세 번째 이야기에서 소개한 다양한 사례는 쇼핑몰 조사/분석의 대가인 파코 언더힐의 저서 "몰링의 유혹"을 참고로 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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