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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도 Oct 08. 2020

꽃에 비춰보는 '사랑을 대하는 태도' 유형 분류

당신은 사랑을 기다리시나요? 쟁취하시나요?






사랑이란 감정은 처음엔 설렘으로 피어난다.

'왜 이리 가슴이 콩닥거리지? 내가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으로 올라왔었나?'

이때부터 사랑이란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한 걸까. 때로는 '아 병에 걸리지 말아야지'할 수도 있고 

'아~차라리 병에 걸려 앓아눕고 싶다'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병에 걸릴지 말지는 나의 '의지'와 별 상관없는 것. 그것이 인생의 참모습이니 받아들일 수 밖에.


사랑이라고 하면 할 말이 많지만 오늘은 내 안에 사랑이 찾아왔을 때 그 사랑을 다루는 방법론 중 하나인 

'상대방(사랑의 대상)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말해보고 싶다. 다른 변수는 제외하려고 한다.




사랑이 발생하면 그 감정을 고이 접어 마음 한편에 간직하며 상대방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유형이 있다.

일반적인 꽃이 여기에 해당한다.  같은 회사나 학교에서 만난 상대방이 어느 순간 다른 사람보다 또렷해 보인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이 나의 내비게이션이 된 것처럼 내 시선은 그를 쫓기 시작한다.

' 아니  왜 온통 저 사람만 보이지? '

그 사람이 스쳐 지나가며 한, 말 한마디는 기억력이 나빠도 바로 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드러눕는다.  

때로는 미러링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대학생 시절 소개팅이나 미팅을 하면 음료를 시킬 때부터 알 수 있다.

" 뭐 드시겠어요?"

"토마토 주스요."

"저도 토마토 주스요."

상대방이 방금 한 말을 그대로 이어가는 것, 상대방과 같은 음료를 마시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호감이 있다는 표현일 수 있다. 호감 있는 상대방에 대해선 좀 더 알고 싶은 법.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료를 같이 마시는 것도 그런 마음의 한 줄기일 것이다.


이렇게 순응적인 태도의 사랑이 비극적 결말이 아니라 해피앤딩으로 끝맺음하려면 

'내 마음이 네 마음과 같아야' 한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꽃을 피우며 상대방 나비가 찾아들기 기다리지만 나비는 나보다 더 향이 짙고 꽃이 화려한 곳으로 가기 일쑤다.  

비극은 양방향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나비만 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꽃가루받이를 위해 꽃이 원하는 곤충이 따로 있다고 하니  꽃이 마냥 수동적인 사랑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선택적 수동'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 때나 마구 들이대는 사람들에게 일침이 될만한 경고문구 같다.

 "꽃도 곤충을 고르는 취향이 있다고!"


보통 꽃잎이 큰 꽃에게는 꿀벌이나 꽃등에 등 작은 곤충들은 꽃가루받이에 도움되지 않는다. 꿀샘이 깊이 들어 있는 꽃은 대롱을 가진 나비를, 밤에 피는 꽃은 나방이나 박각시나방 등 야행성 곤충을 겨냥한 것이다.  <네이버 지식 백과 참조>




이쯤에서 꽃이 원하는 곤충이 저 꽃 위에 저렇게 안착한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겠냐만은 

"신은 우리를 만들 때 행복하게 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프로이트의 말처럼, 인생은 우리가 다채롭게 살 이유를 마련해주기 위해 시련이라는 교차점을 던져준다.






기다리던 나비가 찾아오지 않는 고난이 찾아올 때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갈리곤 한다.

 "인생은 받아들이는 거야" 파와 "인생은 개척하는 거야"파.

전자는 그저 오늘도 내일도 꽃을 피우고 기다렸다 시들며 인생을 마감하는 순애보적인 사랑을 택한다.

후자는 좀 더 치밀하고 능동적인 태도를 취한다. 바로 시간별로 꽃이 피는 시기를 달리하는 것이다.


아침 일찍 활동하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일찍 피는 꽃도 있지만 대부분은 곤충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간대(오전 10시경부터 오후 2시경 사이)에 집중되어 있다. 이 시간대는 곤충의 활동에 적합한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행성 곤충을 이용하려는 식물은 해가 진 저녁에 꽃을 피워 고유의 향기와 흰색의 큰 꽃으로 꽃가루받이 곤충이나 작은 동물을 유혹한다. 그중에서 밤에 피는 꽃인 달맞이 꽃의 경우엔 저녁 8시 20분에서 8시 40분 즈음에 핀다
<네이버  지식 백과사전 >


꽃마다 생체시계가 다르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곤충이 활동하는 시간에 맞춰 꽃을 피운다고 하니 선택과 집중에 탁월한 꽃인 것 같다.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무작정 행동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다가가는 타입. 그 유형이 바로 달맞이 꽃 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야행성 곤충을 사랑하는 달맞이 꽃은 저녁 8시 20분에서 40분 즈음에 핀다.

이 유형의 사랑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 (사랑하는 대상)에 맞춰 자신을 바꾸기도 한다. 그 또한 자신의 선택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 선호하지 않는 유형이다. 결국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니까.

<달맞이꽃 사진제공 픽사 베이>





반면 전략보다는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형도 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이 타입은 ' 내 사랑은 내가 지킨다'는 심정으로 직진한다. 사랑이 찾아오는 그 순간을 즐기면서 앞뒤 재지 않고 돌진한다. 그러다가 상대방이 움츠러들게 하는 비극을 낳기도 한다. '돌진하는 자동차는 일단 무서워 피하고 보는 법'이란 걸 어렸을 때는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유형은 뒤로 물러서는 상대방을 고이 보내줄 만큼 여유롭지도 못하다. 한번 직진하고 한 번 더 돌격한다. 이 꽃이 바로 무궁화다.  무궁화는 나무 한 그루에서 한 해 동안 피는 꽃이 무려 2천 ~5천 송이에 달한다니 가히 도끼를 찍어도 수천번 찍는 셈이다.

실제로 무궁화는 7월에 개화를 시작해 10월까지 대략 100일간 지속적으로 꽃을 피운다. 아침 일찍 핀 꽃은 저녁이 되면 시들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다른 가지에서 새 꽃이 피어난다. 나무 한 그루에서 한 해 동안 피는 꽃은 무려 2천~5천 송이에 달한다. 무궁화는 꽃이 꽃대의 아래쪽에서 위쪽을 향해 피기 때문에 꽃대가 자라는 동안 꽃이 무한히 필 수 있는데, 이러한 꽃을 무한 꽃차례(무한 화서)라 부른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이쯤 되면 자동차처럼 돌진해 오는 무궁화에 뒷걸음치던 상대방도 두려움을 접게 된다.  '익숙함에 젖어드는 것'이다. 어느 날 상대방은 무궁화 같은 사랑의 돌격이 잠잠해진 것에 허전함을 느끼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동차를 찾게 되곤 한다. 이래서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이 생겨난 건가 싶기도 하다. 이 경우, 도끼 입장은 '성취'라는 결말을 취하지만 나무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 나무는 '베인 것'이기 때문이다.


 <무궁화 꽃 사진제공 픽사 베이>



줄기차게 상대방에게 구애를 하는 유형과 달리,  내 사랑을 인연에 맡기고,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사랑을 기다리는 유형도 있다.  

꽃으로서 곤충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람을 이용해 꽃가루 받이'를 하는 꽃이 이에 해당된다.

"곤충을 기다려? 노! 바람이 부는 때가 바로 내가 꽃가루 받이 할 때인 거야." 

특징으로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애써 치장하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존중한다. 치장하는 데 쓰이는 에너지를 비축해서 많은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가히 존경심을 불러일으킨다. 


바람을 이용하여 꽃가루받이를 하는 꽃을 ‘풍매화’라고 한다. 꽃식물의 10% 정도가 이에 속한다. 풍매화의 꽃은 우리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표현하는 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고 있다. 바람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현란한 꽃 색이나 향기, 맛있는 꿀을 만들 필요가 없다. 이는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다. 하지만 바람이 꽃가루를 정확하게 암꽃에 운반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많은 양의 꽃가루를 만들어야 하는 불리한 점도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꽃을 피우고 곤충을 기다리는 것보다 좀 더 '자연적 기다림'이라고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상대방이 아닌 자연의 섭리, 우주의 원리에 순응하는 유형이다. 어떻게 보면 운명론자 같기도 한, 이런 유형은 인생을 흐름대로 살아가는 유유자적한 타입이다. 

애써서 이루어지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오히려 이 태도가 가장 설득력 있어 보인다.



 <바람을 이용해 꽃 가루받이하는 풍매화의 한 종류, 호두나무 수꽃 사진출처:픽사 베이>




마지막으로 꽃을 피우지 않아도 되는 잎 식물 시기도 있다. 그 시기는 여자와 남자에서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는 시기라고 본다.  이 시기에는 더 폭넓은 이해와 사랑으로 서로를 품을 수 있었으면 한다. (언제? 언젠가는!)

그 시기에 마음속에 다른 형태의 사랑( 인간 자체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품는 것은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 좋은 것 같다.


사랑은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의 사랑도 상대방의 사랑도 소중하고 '감사한'감정이다.

내 마음에 사랑이 피어오르면 내 마음은 사랑을 담은  '사랑 주머니'가 된다.

나 나름대로의 논리를 펴면서 '이 사람도 밉고 저 사람도 원망스러워!'라고 마음속에 미움을 저장하던 때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무리 내가 옳다 해도  그 시절의 난, 마음속에 미움만 저장한 '미움 주머니'일뿐이었다.

그러다가 '내가 옳으면 뭐하나? 난 미움 주머니일 뿐인데?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내 마음에 사랑을 꽃피워준 상대방은 나를 사랑 주머니로 만들어줬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가을, 난 미움 주머니가 아닌 사랑 주머니가 되려고 한다. 곤충이 찾아오든 말든, 바람이 불든 말든 간에.




사실 더 다양한 꽃가루받이 방식이 있지만, 글의 내용에 맞춰 필요한 방식만 취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사진 제동: 픽사 베이> 대문사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꽃 하얀색 들국화입니다.>

    

이 글은 21.3월에 출간한 책 <바람에 흔들리게 창문을 열어주세요>에 담지 않았습니다.


<바람에 흔들리게 창문을 열어주세요> 출간 이야기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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