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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어라,과식하지 마라,주로 채식을 하라

먹지 않아야 건강하다

by 홍작가


요즘은 먹는 것이 스포츠고 먹는 것이 예능이고 먹는 것이 놀이이자 취미다. 이렇게 까지 먹는 일이 각광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먹방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을 때는 오래전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먹방은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구라도 시작하면 쉽게 구독자가 늘어나는 유튜브계의 블루오션이다. 물론 그냥 먹기만 해서는 안되고 ASMR처럼 먹는 소리를 잘 내야 하고 또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길 수 있는 음식들을 선택하고 되도록이면 아주 많은 양을 먹으면 인기를 꽤 얻는 것 같다.


이런 영향력을 아는지 공중파 TV 채널에서도 음식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된다. 사실 요즘 프로그램에서는 '음식'을 빼면 재미가 없는 것 같다. 사람이 출연하기는 하나 주인공은 오히려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모인 TV 방송국에서 조금 더 전문적이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기보다는 오직 시청률을 위해서 '노골적으로 음식을 먹는 행위 자체'를 보여주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방영한다는 것 자체가 안쓰럽기도 하다. 어쨌든 음식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한 인간의 수단이기보다는 하나의 예능과 같은 오락거리가 됐다.


인간에게 자극은 굉장히 중요하다. 그 종류가 어떻든 자극을 통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예술가들에게 자극은 영감으로 작용하여 자신도 생각지 못한 멋진 작품을 완성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자극은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근원이자 삶을 살게 하는 에너지다. 우리 아버지는 집에서 한시도 가만히 계시질 못한다. 아버지는 퇴직을 하신지 10년 가까이 되셨지만, 여전히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농장으로 일을 하러 가신다. 이런 아버지에게 좀 쉬시면서 천천히 하라고 당부도 드려봤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가만히 있으면 병이 난다'라고 하신다.


아버지 스스로도 끊임없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아실 수는 없으실 테지만, 아마도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자극을 통해 퇴직 후에도 여전히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계신 것은 아닐까. '삶의 의미'라는 커다란 구멍을 끊임없이 메우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자극은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필요한 환경이자 요소인 것 같다.


요즘엔 이런 삶의 의미를 음식에서 찾는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경제적 박탈감 혹은 정서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는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SNS에서 보이는 럭셔리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들에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비교하곤 한다. 자기 계발은 또 어떤가. 대부분 '왕초보도 할 수 있다' 혹은 '이것만 하면... 할 수 있다.' 등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자기 계발서나 강사가 말하는 것처럼 성공을 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결국 실패의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게 될 뿐이다. 어느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들에 대한 감사함은 잊혔고 삶의 의미 역시 온 데 간데없다. 오직 허탈감만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먹는다. 배가 고파 먹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현실의 간극을 채우기 위해 먹는다. 정신의학자 로저굴드는 탐식 환자들이 탐욕스럽게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배가 고프다고 하는 현상을 두고 탐식증의 기저에는 '무기력'이라고 하는 마음의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배가 고프다기보다는 마음이 허기지는 것이다. 더욱더 자극적으로 더욱더 많이 계속 먹는 현상은 우리의 마음이 허기를 넘어서 빈곤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맛의 즐거움과 포만감은 이제 더 이상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쾌락을 위한 자극의 도구가 된 것 같다. 이 자극의 도구는 쾌락의 챗바퀴가 될 것이다. 더 빨리 더 많이 바퀴를 돌려도 우리의 쾌락은 늘 그 제자리에 머물 것이며 우리는 끝없이 더 많은 쾌락을 원할 것이다.


먹을 궁리가 아니라 먹지 않을 궁리를 하라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의 저자 후나스 슌스케의 말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먹을 것이 많이 필요 없다. 하루 2000칼로리 이상 섭취해야 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된 말이다. 책 내용에 따르면 일본의 모리 미치요 씨는 약 20년간 하루 녹즙 한 잔만 마시며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모리 미치요 씨의 하루 섭취 열량은 고작 50Kcal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해골처럼 마른 상태가 아닌 보기 좋게 살이 붙은 상태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칼로리의 역설이다. 세상에는 건강을 유지하는 많은 방법이 소개되어 있지만 그중에서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바로 '소식'이다. 소식을 넘어 '단식'은 최고의 질병치유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의 몸은 '소화-흡수-동화-배출' 순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데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하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몸안에 쌓인 찌꺼기를 배출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게 된다. (그래서 야식은 더더욱 나쁘다.) 이 찌꺼기가 결국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 깨끗한 엔진이 적은 기름에도 효율이 좋게 작동하듯 우리의 몸도 늘 깨끗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요즘 나도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일단 소식을 평상시에 끼니마다 실천하고 간헐적 단식은 저녁을 먹은 이후에 취침시간을 포함하여 다음날 점심을 먹을 때까지 진행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16시간의 공복이 만들어진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동안 배는 조금 고프로 출출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그 시간을 견디면 좀 편안해진다. 때론 가벼운 허브티 한 잔으로 빈속을 조금 달랠 때도 있다. 그뿐이다. 배가 고프면 고플수록 몸의 상태는 점차 좋아진다. 기분도 한껏 나아진다. 왠지 내 속에 밝게 빛나는 태양이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왠지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직도 공복을 견디는 일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공복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나니 계속 간헐적 단식의 의지가 샘솟는다.


이제 우리에게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프랑스 여자는 살찌지 않는다'에서는 프랑스 여자들은 지방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적은 칼로리를 섭취한다고 이야기한다. 이것이 그들이 살찌지 않는 비결이다. (기본적으로 프랑스 정부는 현대 생활에서 불필요한 과잉 섭취를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통제한다.) 가공식품이 아닌 영양이 풍부한 진짜 '음식'을 먹어야 하고 더불어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작가 마이클 폴란의 말을 빌려 나의 모든 말을 축약하고 대신하고 싶다.


음식을 먹어라, 과식하지 말라, 주로 채식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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