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을 가장한 필연
메밀의 끝 맛은 쌉쌀한데 뭔가 감칠맛이 있고 점도가 좋아서 다루기가 좋아요. (FYI 밀가루가 아니라서 좋기도 하고요.) 제철 무는 단맛이 많아서 좋아요. 제철이라 감칠맛이 풍부하죠. 다만 수분이 많은데 아주 얇게 채를 썰면 구울 때 적당히 수분이 나와서 음식을 촉촉하게 해 줘요. 겉은 부침옷으로 바삭하고 속은 적당히 촉촉하죠. 무만의 은은한 향기가 메밀전에 잘 묻어나 조화를 이룹니다.
요리에는 왕도가 없어요. 그냥 해보는 거죠. 정해진 레시피 없이 알고 있던 몇 가지 방법을 갖가지 식재료에 시도해보는 거죠.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맛을 발견할 수도 있죠. 아니어도 그냥 재미로 했다고 넘길 수 있죠. 어차피 어떤 계획도 없이 시작했으니까요. ‘무’ 계획에서 만들어진 ‘무침개’입니다. 만들기는 간단한데 맛은 기대 이상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멀리에서 찾지 마세요.
1. 무를 채칼 또는 칼로 둥글고 아주 ’얇게’ 썬다.
2. 메밀가루와 물을 1:2의 비율로 섞고 소금으로 간을 한다. (후추를 가미하면 풍미가 좋아진다.)
3. 메밀반죽을 걸쭉하게 잘 섞어서 만들고 무의 앞뒤를 반죽에 잘 묻혀서 뜨거운 기름에 굽는다. 앞뒤를 노릇하게 구워 꺼내서 식힌다. (메밀반죽이 무에서 흘러내리지 않도록 한다.)
(메밀가루를 무에 미리 앞뒤로 묻힌 뒤, 반죽에 묻혀도 된다. 하지만 이 단계를 건너뛰어 편하게 만들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