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는 욕망에 지친 당신을 위해
채식을 하면 어쩔 수 없이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 밖에 나가면 온통 육류와 유제품이 들어있는 음식밖에 팔지 않기 때문에 배곯지 않으려면 집에서 꼭 밥을 해서 먹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외식과는 멀어진다. 외식을 하지 않으니 식비는 줄어든다. 억지로 생활비를 아낄 필요가 없다. 외식에 쓰는 비용만 아껴도 돈 버는 거다. 믿지 못하겠다면 오늘부터 외식으로 쓰는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봤으면 좋겠다. 식당에 가서 밥 먹는 것 외에 군것질, 카페에서 커피에 디저트까지 쓰는 돈이 족히 5만 원을 훌쩍 넘는다. 외식을 줄이는 것은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필요한 돈의 지출을 애초에 막는 것이다.
지금 우리 가족은 외식을 하라고 해도 못한다. 돈을 쥐어 줘도 못한다. 집에서 직접 거의 모든 음식을 해서 먹기 때문에 음식의 맛과 식재료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바깥 음식이 집에서 직접 차린 음식과 비교가 된다. 갓 공수해온 밑반찬과 매일 갓 지은 밥은 바깥의 어떠한 맛집의 음식과도 비교할 수 없다. 식재료 자체의 신선함만 따져도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을 따라올 바깥 음식은 없다고 생각한다. 요리를 하니 자연스레 친구들과 가까운 지인들은 집으로 불러 함께 식사를 한다. 직접 만든 음식을 서로 나누어 먹으면 그 음식 맛은 실제 음식의 맛보다 배가 된다.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음식을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나누는 가운데 맛과 즐거움이 매우 커진다. 곧 삶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시간이 된다. 외식 대신 집밥으로 얻은 귀한 소산이다.
그리고 채식을 하면서 그동안 알게 된 식품유통과 보관, 식품첨가물과 영양에 대한 지식으로 진짜 음식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바뀌어 바깥 음식은 생각지도 못한다. 진짜 음식은 영양적으로 가치가 높은 음식이다. 음식은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반드시 제대로 공급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음식은 사실 음식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맛만 좋다고 해서 무조건 먹으면 안 된다. 예를 가공식품 포장지의 뒤를 보면 음식의 맛과 보관을 위해 다양한 식품 첨가물이 들어간다. 거의 화학물질 처방전 수준인데, 이런 첨가물들이 몸에 들어가면 전부 쌓인다. 특히 지방 사이사이에 쌓인다. 몸은 이 물질들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배출하지 못하면 그대로 몸에 쌓아 놓는 것이다. 지방과 수분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투가 일어나지 못하는 곳이다. 그러니 독성물질을 쌓아두기 좋은 창고가 된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이 있다. 몸안에 독성물질이 많이 쌓여있기 때문에 이것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수분을 자꾸 보충하는 것이다. 수분은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필요하지만 필요한 만큼 채워지면 나머지는 배출하기 때문에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말은 결국 우리 몸속의 독성물질에 대한 경고로 보아야 한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알게 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리게 하는 하나의 수단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욕망의 늪에서 살고 있다. 더 많이 먹고 더 다양하게 먹기를 바라는 세상에서 끊임없는 자극을 받으며 살아간다. 먹방과 음식프로가 인기를 얻고 어떤 사람들은 이런 방송에서 대리 만족을 얻고 힐링이 된다고 하지만, 딱 거기 까지다. 대리만족은 대리만족일 뿐이고 진짜 만족은 아니다. 진짜 만족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채워질 때 비로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채식을 통해 잠시라도 수많은 먹거리의 자극에서 벗어나 홀로 있어보자. 집 앞 슈퍼에만 나가봐도 먹을 것은 차고 넘친다. 조바심 낼 필요가 없다. 그리고 온몸이 편해지는 것을 느껴보자. 좋은 몸의 상태는 좋은 생각들을 부른다. 이 생각들은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다. 우리의 삶에서 자극으로 정신 차리지 못하는 나의 정신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내 삶에 필요한 것들을 떠올리게 할 것이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작, 채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