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6 채식 초기에 가져야 할 태도 (1)
이번 스텝부터는 채식을 초기, 중기, 후기, 그 이후로 나누고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각 단계별로 필요한 생각 또는 태도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하여 채식을 즐겁고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한다.
채식을 꼭 배워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채식 원시국가인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식당의 채식 옵션이라든지 채식에 대한 인식, 채식 인구 등 채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에 약간의 도움이라도 있다면 훨씬 더 수월하고 편하게 채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채식을 3년 가까이 지속하며 채식을 즐기고 있는 필자의 생각을 나름의 개념으로 정리하여 소개한다.
채식은 심리전이다. 물리적인 어려움보다 정신적 어려움이 더 크다. 강한 멘탈을 가진 사람이 채식을 잘한다. 남의 이목을 적당히 잘 무시하고 영향받지 않으면 오히려 채식하기가 더 쉽다. 왜 그럴까. '먹는 것'은 사회적으로 관계가 있는 요소다. 직장생활을 하며 친목을 다지는 회식자리나 친구들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디저트 카페를 떠올려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나누며 너와 나의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먹는 것'을 통해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러니 채식을 하면 우리가 주로 먹어왔던 음식을 못 먹게 되어 음식에 대한 박탈감뿐만 아니라 관계에 있어서의 소외감이 크게 느껴진다. 이런 심리적인 상태로 채식을 시작하면 채식 자체가 굉장히 우울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불행 그 자체다. 채식을 하고 싶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을 생각해서 괜히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이 계속된다. 머리로는 알지만 몸과 마음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다. 이런 부조화를 먼저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앞서 말한 정신적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온전히 자신의 '채식멘탈'을 지키기 위해서는 '채식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채식 면역력'이란 음식에 대한 박탈감과 인간관계에 대한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 마음의 힘을 말한다. 혹시 느끼더라도 그런 감정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내는 회복력을 말하기도 한다. 면역력은 우리 몸을 지키려는 항체로부터 병원균에 대항하여 생기는 힘이다. 마찬가지로 나 자신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가지면 육식과 유제품 등과 같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멀리 할 수 있다.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 것 자체가 건강해지는 일이다. 질병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면역력과 왠지 그 모습이 닮아 있다. '건강해지자' 또는 '건강을 지키자'는 생각을 신념으로 갖자. '채식 면역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건설적인 방어기제라고도 볼 수 있다. 건강을 지키겠다고 하는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지만) 말릴 사람들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시작했다. 지금은 건강에 대한 생각이 확장되어 자연의 일부인 우리가 건강해지면 동시에 자연도 건강해진다는 것을 깨달아 더욱더 적극적으로 채식을 시작하고 있지만, 시작은 오직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위해 '채식'을 시작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언제든지 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채식이 체중을 줄여주고 몸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줬다. 더 이상 다이어트라는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되었다. 건강이 중심이 되는 동기부여는 어려울 수도 있는 채식을 지속하고 유지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었다.
'채식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채식의 자세가 필요하다. '못 먹어요' 보다는 '안 먹어요'라는 태도가 필요하다. '못 먹는다'는 '먹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못 먹는다’는 태도도 의지의 표현이지만 동물성음식 섭취를 애초에 염두해두고 있지 않다는 ‘원천 봉쇄’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의미에서 ‘안 먹는다’는 원칙이 필요하다고생각한다. 행동이 생각과 마음의 자세를 바꾼다. '안 먹는다'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비로소 동물성 음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러한 행동이 스스로를 그 음식을 단념하게 만든다. 더 이상 나는 이 음식을 먹지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태도의 원천이 바로 '건강'이다. 채식을 하면서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점은 내 몸이 점점 좋아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두 번 어쩌다가 동물성 식품을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더라도 다시 원래의 결심으로 쉽게 돌아올 수 있다. 이미 깨끗해진 건강한 몸을 다시 되찾고 싶기 때문이다. 스스로 채식을 계속하게 하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유행처럼 따라 하는 채식이 아니라. 채식이 바로 내가 원하는 식습관이 되어야 한다. 채식은 곧 나 자신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다. 그것이 곧 '목적'이자 살아 있는 '가치'이다. 채식이 처음이라면 '채식의 면역력'을 기르도록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