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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24. 2023

대만 가오슝은 23도

날씨가 다 했다.



가오슝 둘째 날 아침, 옆에서 자던 첫째가 일어나는 기척에 같이 깨어 시계를 보니 이곳 시각 여섯 시, 한국 시간으로 일곱 시이다. 칼기상한 이 녀석. 둘째까지 깰 새라 살살 바깥으로 데려 나왔다. 해가 뜬 지 얼마 안 된 듯 어스름한 아침, 고요함을 깨우는 식당들이 몇 있어 둘러보다가 편의점에 가서 핫쵸코를 한잔 먹고 나오니 둘째도 잠에서 깼다 한다.


아침은 호텔 조식. 고기반찬부터 시리얼까지 한상 가득이다. 쌀죽에 맘에 드는 토핑을 올려먹는 대만식 죽을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었다. 큰아이는 파스타 위주로, 작은 아이는 이것저것 골고루 맛본다.


일찍 체크아웃을 한 뒤 짐을 맡기고 지하철과 트램으로 시내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교통카드가 없어 아이들것까지 일일이 표를 뽑아야 했는데 동전을 기계에 넣는 것도 아이들은 재미있어한다.

가오슝의 오늘 날씨는 낮기온 23도, 나는 딱 좋은데 신랑에겐 약간 더운 날씨이다. 오랜만에  반팔을 입으니 세상 가뿐하고 편하다. 시내구경을 하고 점심으로 우육면과 만둣국을 사 먹었다. 나는 아무 데나 들어가서 먹어도 상관없는데, 사실 그런 걸 더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있으니 후기를 좀 찾아보며 향이 최대한 덜 하다는 곳으로 찾아갔다. 결과는 성공, 고기 칼국수 같다는 아이들, 만두까지 잘 먹는다.


소식하는 아내와 입이 짧은 아이들을 둔 신랑은 길거리 튀김 만두를 사 먹고 싶어 했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더 먹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나의 말에, 먹기 시려! 하는 아이들의 말에 아쉬운 얼굴. 다음 달 먹을 양을 땡겨다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저 아쉽고도 아쉽다.


가오슝 시내를 다니며 의아한 점이 날이 이렇게 더운데 사람들이 기본 바람막이에 플리스, 경량패딩까지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실내는 에어컨이 가동되는데 패딩을 입고 다닐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날그날 날씨가 크게 차이나는 모양이다.

가오슝에서 온천호텔로 향하는 택시 기사님이 오랜만에 해가 떴다고 운이 좋다 하신다.
온천 호텔 더 남쪽으로 내려오는 시골 동네, 길거리  느낌이  또 다르다. 더 남쪽이니  더 더워질 거라 생각했는데 바람이 엄청 불어 체감온도가 쌀랑하다. 당장 나도 바람막이를 입어야 할 판.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 껴입은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당장 온천 수영장에 뛰어들려 하는 애들을 뜯어말리고 방에 딸린 개인탕으로 오늘은 휴식을 명하며 둘째 날, 가오슝 마무리이자 온천호텔에서 또 다른 시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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