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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한제 Dec 24. 2023

대만의 크리스마스

가오슝 첫날, 선물같은 인연

세 자리씩 앉는 비행기 자리에 신랑의 배려로 혼자 앉게 되었다. 남자 셋과  떨어져 혼자 앉으니 책도 읽고, 창밖도 보고 얼마나 좋은지.
한국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옆자리에는 대만 모녀가 앉았다.


두 시간 정도 지났을까 책을 더 읽기엔 눈도 침침하고 심심하기도 하여 옆자리에 앉은 대만 모녀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가오슝 사람이냐고 묻는 걸로 시작해서 주요 식당정보와 애들 데리고 가기 좋은 곳, 한국여행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또 금방 간다. 내가 어려 보여 열몇 살에 애 낳은 줄 알았다는 말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집값이 비싼데 정부가 보조해주냐는 물음에는 그런 거 없다고 펄쩍 뛰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착륙. 나보고 바로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가 호텔 위치를 묻더니 집에서 멀지 않으니 이따가 야시장까지 차로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괜찮아유, 괜찮아유, 고마워유.

인연이란 또 이렇게 생기나 보다. 한국드라마를 보며 한국이 좋아져 올 해만 벌써 부산과 서울에 각각 여행을 왔다는데 대만드라마 보고 대만이 좋아서 여행 간다는 우리에게 이런 호의를 베푼다. 대만 사람들 친절하다고는 해도 이런 호의라니, 감사할 뿐. 파파고 번역기가 똑똑해져도 이런 교류나 교감은 사람의 몫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초저녁에 도착한 가오슝은 습도 높은 20도이다. 그래도 혹시나 밤 되면 쌀랑해질까 싶어 땀 흘리는 애들에게 조끼를 입힌다.

비행기에서 만난 대만의 모녀가 차로 우리를 데리러 왔다. 호텔 근처에도 야시장이 있지만 차로 십오 분 정도 가면 애들 놀기 더 좋은 곳이 있다고 같이 동행해 주신다 하니 감사한 일.

야시장엔 먹을 것, 살 것, 놀 것이 가득, 사람도 차도 많았는데 애들에겐 놀 것만 보이는지 앉아서 만두를 먹는 둥 마는둥하더니 게임에 열중이다. 같이 온 대만 분들은 다 괜찮다고 아이들 노는 걸 같이 봐주시고 내가 못 알아듣는 말을 쉽게 다시 전해주기도 하신다.

샤오롱바오 만두 한 판은 3천 원 정도로 한국보다 저렴했는데 탕후루, 게임 비용 등 등을 계산하니 얼마를 쓴 건지 가늠도 안되게 현금을 솔솔 쓰게 되었다. 그중에 압권은 게임 선물로 공룡알 깨기를 골라온 것. 이건 어디 출신 공룡알이기에 대만에서 만났을까.



놀이에 정신 팔린 아이들을 볶아대어 호텔로 돌아오니 열 시인데 한국시간으론 열한 시가 다 된 시간이다. 이렇게 늦게 잔 것도 처음인 듯, 이것도 여행의 재미.

대만 여행 첫날은 이렇게 특별하게 보낸다. 준비를 하나도 못 했는데 마치 선물처럼 인연을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으니, 산타가 나에게 왔다간 기분이다.

좋은 기억을 안고 잠자리를 준비한다.

엄빠는 이것저것 먹고싶었지만 애들은 노는게 더 좋았다. 그래서 못먹고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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