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식

by 박동현

보성은 고양이를 좋아했다. 그 눈, 수염, 입과 콧잔등의 움직임만 보아도 기분이 들떴고, 복슬한 털과 그 촉감, 부드러운 몸놀림과 팔로 안았을 때 느껴질 부피감을 떠올리기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가곤 했다. 그건 이유 따위를 들먹이기도 전의, 일차적인 반응에 가까웠다. 고양이를 오래 좋아하던 와중에 길고양이들과 쉽게 접촉하는 능력을 얻은 이들이 있지만, 보성은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손만 뻗어도 고양이들은 폴짝폴짝 담장을 넘어가고 말았다. 그래도 보성은 낙심하지 않았다. 어쨌든 고양이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고양이를 만져도 좋고, 만지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자신에게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보성에겐 즐거움이었다.


늦게 마친 아르바이트에서 돌아오는 길. 보성은 정말이지 예쁜 고양이와 마주쳤다. 촘촘한 털에 맑은 녹색 눈을 가진 그 고양이는 바랜 귤색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도 우아하고 도도했다. 보성은 감탄의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고양이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주차된 승용차 뒤편에 앉아 있던 고양이는 그런 보성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 모습에는 언뜻 순진함까지 비쳤다. 고양이는 보성이 앞에 쪼그려 앉을 때까지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드디어 고양이 친구를 사귀는 걸까. 보성이 아주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제야 고양이는 몸을 돌려 도로를 가로질렀다.


피로한 기사가 모는 택시가 서행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주 천천히, 앞바퀴에 등허리가 깔린 고양이는 사람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비명이라기보단 큰 소리로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기도 했다. 앞바퀴가 고양이의 몸을 지나자마자 고양이는 다급히 보성의 뒤편을 향해 달렸다. 바퀴에 깔리기 전에 했을 행동을 뒤늦게 시작한 듯했다. 전봇대 아래까지 달려간 고양이는 팝콘처럼 이리저리 튀며 몸부림쳤다. 근처에 버려져 있던 업소용 폐식용유통과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고양이는 보성의 앞에 미끄러져 쓰러지는 걸로 움직임을 멈췄다. 보성은 아직도 손을 뻗었던 자세 그대로였다. 후진을 해온 택시 기사가 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혀 차는 소리를 내며 떠났다. 보성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근처에 24시 동물병원은 없었다. 돈도 없었다. 아니, 그 이전에 보성에겐 어떤 결정권도 없었다. 골목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보성은 다급히 자리를 떴다. 도망치는 거였다.


보성은 여전히 고양이를 좋아했지만 더는 다가가거나 손을 뻗지 않았다. 이제는 고양이가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다. 보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끊임없이 번식해 자라 길거리를 떠돌아다녔다. 그곳이 어디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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