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제주 섬(島) 437km , 27개 코스
섬을 품은 섬
외로워서 예 들어와
소처럼 누운 섬이 되었습니다.
슬퍼서 도망쳐 나와
이젠 누구도 만나지 않고
이 사람 저 사람
이런저런 생각으로 곰곰이
세월을 보내다가
숭숭 뚫린 돌이 되었습니다.
거뭇거뭇 바위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뒤돌아선 그 자리에
또 다른 섬이 들어와 앉았습니다.
외롭고, 슬픈
그를 품고 오래 울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해 돋는 비양도(飛暘島)
나를 누운 소, 우도(牛島)라 부르며
울다 울다가 그만 돌하르방이 되었습니다.
(2025. 8. 4)
2025년 8월 4일 월요일
종일 비예보로 오늘은 걷기를 멈추고, 도서관 투어를 하려 했는데 아침에 눈을 떠보니 예보가 바뀌었네요. 오전에는 비가 없고, 오후에만 옵니다. 급히 짐을 꾸리고 집을 나섭니다. 변화무쌍한 제주 날씨입니다. 202번 버스는 제주버스터미널을 경유(터미널에서 111번 급행버스 승차)해서 성산 방면, 동쪽으로 갑니다. 오늘은 올레 1-1코스입니다. 1-1코스는 우도를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성산항에서 배를 타고 우도 천진항 또는 하우목동항에 하선해서 섬을 한 바퀴 돈 후 다시 돌아오는 순환코스입니다. 총거리는 13.2km이며, 소요 시간은 4~5시간 정도입니다.
오늘은 1코스 때와는 다르게 두 가지 변화를 주었습니다. 가방 무게를 삼분의 일로 줄여서 소형가방을 가지고 나왔고, 빗길에 대비해서 트레킹화 대신 샌들을 신고 나왔습니다. 이 작은 변화가 길을 내게서 떠 받쳐 줄지 모르겠습니다. 섬(島) 속의 섬(島), 소(牛)가 누워있는 모양의 우도(牛島)를 향해 갑니다.
10시 30분, 버스는 집에서 출발한 지 3시간 30분 만에 성산항에 도착했습니다. 7분 정도 떨어진 성산포여객터미널에서 나는 급히 배표를 끊고, 10시 45분 우도로 향하는 우도사랑 3호에 승선합니다. 우도로 가는 여행객의 90%는 중국인 인 듯싶습니다. 한국말보다 성조언어가 더 친근하네요. 코로나 이후 이들이 다시 제주를 찾아서 다행입니다. 이들이 나라경제를 살려주기를 기대합니다.
11시 08분, 배는 우도 하우목동항에 도착했습니다. 항구 앞에서 스탬프를 찍고 드디어 올레 두 번째 여행, 섬을 한 바퀴 도는 우도 걷기를 시작합니다. "부엔 까미노, 이 길 위에 축복이 있기를 “ (출발시각: 11시 18분)
해안도로를 돌다가 길은 섬의 중간지역으로 들어갑니다. 1시간 남짓 걸었을까요. 리본표식이 사라졌습니다. 시작점에서 3km 지점입니다. 나는 감으로 인적이 없는 길을 택하여 걷습니다. 한참을 걸어도 리본이 안 보이네요. 잠깐 폰에 있는 올레 애플리케이션을 보니까 시작점으로부터 1.3km 온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간 꼴입니다. 이제부터 방향이 아닌 거리의 원근으로 길의 방향을 잡아 나아갑니다. 한참을 걸었더니 3km가 회복됩니다. 올레 길은 사람들이 집중되어 있는 해수욕장 길을 따라 나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앞으로 이동하니까 우도체육관이 보이고, 식당가 인근에 리본이 보입니다. 잃었던 길을 다시 찾았습니다.
출발한 지 1시간 40분, 시계는 12시 58분을 가리킵니다.(거리 4.4km) 도보자는 비양도 인근 식당에서 첫 끼니를 채웁니다. 이 마을 이름이 비양도네요. 우리 동네 협재에서 보이는 비양도와 이름이 같습니다. 식당 주인께 여쭤 보았더니 서쪽에 있는 ‘비양도(협제에서 보이는 섬)’는 해가 지는 ‘비양도’고, 우도 안의 ‘비양도’는 해가 뜨는 ‘비양도’라고 합니다. 재미있네요. 똑같이 섬 이름이 ‘비양도(飛暘島)’입니다.
식당 여주인은 좀 특이해 보입니다. 인사를 안 하고, 안 받습니다. 계산을 하려는데 딸한테 시키네요. 딸은 약간 장애가 있어 보입니다. 음식은 굉장히 맛있었습니다. 돈가스를 모두 비우고, 나오는데 식당 앞에 글들이 눈에 띄어 사진에 담습니다. 자녀를 무척이나 사랑하나 봅니다. 제주에 오려다 죽은 아이들의 영혼이 잠시 머물다 가는 듯 바다는 고요합니다.
길은 우도등대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오름을 오르다 보면 방목해 놓은 말들을 만나게 됩니다. 낯선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사진에 담습니다. 우도올레의 전체적인 느낌은 고요함에 있습니다. 해안가 쪽에 중국 관광객들의 수다스러움을 피해서 섬의 중심, 오름에 들어서면 사람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고즈넉한 길을 고요히 걸으며 본인의 발자국 소릴 듣습니다. 오름의 정상엔 우도등대가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1906년 설치된 이 등대는 97년간 우도를 지키다가 2003년 수명을 다해 폐지되었습니다. 인간만큼의 수명동안 그는 이 바다에서 우도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섬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15시 50분, 성산포항을 향하는 배에 몸을 싣습니다 우도 1-1코스의 전체 도보시간은 4시간 32분 걸렸네요. 섬을 한 바퀴 돌면서 밭과 밭 사이 길들을 요리조리 둘러가며, 해안도로의 시원한 모습을 바라보고, 섬 중앙의 오름에 올라 전체적인 섬의 윤곽을 조망할 수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였습니다. 누군가 올레 길을 간다고 하면 꼭 추천해 드리고 싶어지는 우도(牛島)입니다. 섬 속에 섬이 있고 그 안에 또 섬을 품은 아름다운 우도(牛島)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