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제주 섬(島) 437km, 27개 코스
새미(제주전설)
바다로 흘러 노단새미가 되었고
산으로 흘러 거슨새미가 되었네.
놋그릇에 빠진 처녀는 수신(水神)이 되고
중국사신은 "고부랑낭 아래 행기물, 행기물"
하다가 돌아갔다네.
꿈에서 본 노인의 말을 듣고
맑은 샘물을 마신 여인은
숙원의 병을 고치고 절을 세웠다네.
그 후로
병이 낫고, 미인이 되고, 소원이 이루어진
노단새미는 오른쪽으로 흐르는 샘이군.
반대로 거슬러 흐르는 샘은 거슨새미구
아하! 이제야 틀이 맞아지는군.
아하! 들은 대로 사람들은 썼군.
이 얼마나 솔직하고, 순박하단 말인가?
(2025. 8. 11)
2025년 8월 11일 월요일
제주는 온종일 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 도보자는 05시 54분 협재 버스정류장 앞에 서 있습니다. 7분 후 버스가 도착 예정이네요. 오늘은 올레 4코스 표선~남원 구간 19km의 비교적 난코스를 걷습니다. 우선은 비가 걱정이고, 오름을 오르는 구간과 거리가 부담스럽습니다. 부정적인 것 여럿에 도보자의 걷고 싶은 욕망 하나입니다. 욕망과 의지가 스르르 집을 나서게 하네요. “부엔까미노, 이 길 위에 축복이 있기를”
08시 57분, 올레 4코스의 시작점에서 우의를 뒤집어쓰고 비 오는 표선을 걷습니다. 3.2km 부근, 강한 비가 약비로 바뀌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빗길을 자주 걸었는데 거의 30년 만에 홀로 빗속을 걷습니다. 라디오에서 시네마천국의 OST가 흘러나옵니다. 영화에서 “가슴 떨리는 일하며 살라”고 한 알프레드 아저씨 말에 가슴이 심하게 요동칩니다. 설레는 마음에 다리는 폭우도 아랑 곳 않고 힘차게 걸어 나갑니다.
비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폰 화면에 물이 묻으면 터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제대로 글을 남기지 못합니다. 길은 표선해변을 따라 쭉 이어집니다. 갯늪 -> 해양수산연구원 -> 토산리를 거쳐 NH농협수련원을 지나갑니다. 이 멋진 건물을 끼고 이어진 산책로는 압권입니다. 나무가 구부러져 자연적인 천장이 만들어진 숲 아치를 통과하는 특별한 환대를 받습니다. 비로 인해 더 아름다운 올레길, 홀로 음악과 함께 걷습니다.
9.2km 지점, 거의 반 정도 왔습니다. 쉴 곳도 마땅치 않아서 현재 남의 집 처마 밑에서 글을 남깁니다. 목이 마르고, 다리에 통증이 생겨났습니다. 11시 48분, 잠시 비가 잦아듭니다. 목을 축이고 또 걷습니다.
12시 40분, 신흥리마을을 지나 태흥2리 포구 앞에 도착합니다. 포구 앞 식당에서 오늘 첫 끼니를 채웁니다. 비는 약한 상태로 계속 내립니다. 14.8km 지점입니다. 최고의 식사에 종업원의 친절함이 더해 기분이 좋아지는 남태해안로의 식당 <옥돔마을>에서 2만 원 가격의 정식(전복돌솥밥, 고등어구이, 돔베고기 담긴 한상)이 도보자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빗길을 힘들게 걸어온 도보자에게 주는 오늘의 표창입니다. 멋진 식사로 힘을 충전합니다.
‘불턱’이라는 구덩이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곳은 해녀들이 옷을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 장소입니다. 해녀들은 여기서 불을 피워 몸을 따뜻하게 덥혔습니다.
14시 34분, 5시간 30분 만에 남원포구에 도착했습니다. 비는 잠시 소강상태고 포구인근은 상당히 낯이 익습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2020년 겨울 그를 만났던 곳이네요. 그는 나와 만나기 전에 1부터 4코스까지 5개의 코스를 걸어왔고, 저는 휴가를 내서 제주로 넘어와 그와 여기서 만나서 5코스부터 걸었던 것입니다. 계절은 다르지만 그 겨울 남원포구와 오늘의 남원포구는 같은 얼굴을 갖고 있습니다. 다른 점은 저만 여기 홀로 남았다는 점입니다. 문득 세월의 빠름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