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한 날들을 지내고 있다.
그런 날들은 특별히 무언가를 해낸 날이 아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만 하면서 자연스럽게 든 생각이었다.
대단한 무언가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날따라 햇살은 내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는 듯 따스했고,
선선한 바람은 스르륵 나를 감싸 안아주는 것만 같았다. 새들의 작은 짹짹소리는 그저 귀엽게만 들렸고,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셨다. 평소처럼 글을 쓰고, 잠깐 집안일을 하며 조용한 공간 속에 내가 사랑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이 모든 것들이 내 하루를 충분히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정말 별거 없는 하루인데도, 그 별거 없는 것들 속에서 기쁨이 차오르면
문득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 눈물은 때로 불안함을 동반하고,
어느 때는 주저 없이 흘러내린다.가끔은 이유 없이 그저 행복해서 우는 내가
조금은 바보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저 흘러가고 싶은 대로 흘러간다.
"과연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자격이 있는 걸까?"
이 질문은 늘 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정말 불안하다. 행복하기만 하면 괜히 안 좋은 일이 따라오지는 않을까, 그런 불길한 생각이 문득문득 스며든다. 사실,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해도 될 자격이 있을 텐데. 그런데 왜 나는, 이 당연한 감정 앞에서
스스로를 계속 되묻게 되는 걸까.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감정이 과포화 상태가 되면 그걸 눈물로 흘려내기도 한다고 한다.
좋은 일이 익숙하지 않은 마음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조심스러워지고,
‘이게 진짜일까? 혹시 곧 끝나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곁에 따라붙기도 한다.
‘내가 이런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심은,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 혹은 자존감이 낮은 상태일 때 더 자주 올라온다.
그럴 땐 행복조차 어색하고 두렵게 느껴질 수 있다.
또 한 가지, 오랜 시간 긴장 속에서 살아오다가 비로소 찾아온 평온함 앞에서 그 순간이 너무 고맙고 벅차서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다.
감정은 내 인생에 수없이 찾아오는 손님 같다.
몇 차례가 아니라, 아마 평생을 두고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건네줄 것이다.
그래서 감정을 잘 다루는 일은 중요하다. 감정이 인품이 되고,
인품이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내가 이 감정을 잘 돌보고 다룰 줄 안다면
그건 나만의 품격이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한다면 감정은 성향이라는 이름으로 굳어버릴지도 모른다.
사회에 나가면 감정에 휘둘리는 인간관계가 정말 많다. 그럴수록, 감정을 잘 돌보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 곁에는
그 따뜻함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도 한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연예인 유재석님 처럼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행복해도 되는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나처럼 감정에 여린 선을 가진 사람은 작은 것에도 고마움을 느낄 줄 아는,
봄날 같은 마음을 지닌 사람 아닐까 싶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들었던
“봄날의 햇살 같아”라는 말이
참 좋았다.
아니, 참 좋고 또 좋았다.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햇살 같은 사람이 되기를.
나이가 들어
많은 이들의 마음을 잔잔히 울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런 작은 바람을 품으며,
이 마음을 글로 남겨본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에게 햇살과도 같은 사람이 되기를.
나이가 들어서 많은 이들에게 심금을 울리는 사람이 되기를.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품고, 오늘의 감정을 온전히 껴안는다.
번외
“감정이 인품이 되고, 인품이 나라는 사람을 만든다.”
이 문장은 예전에 강의에서 들었던
김현철 교수님의 가르침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적어두었던 말입니다.
그때의 울림을 다시 떠올리며, 오늘 글의 끝에 함께 담아봅니다.
오늘도 잔잔하게 흘러가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