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나는 늘 그렇듯 하루의 준비를 시작한다. 집에 가만히 있기엔 몸이 근질근질한 성격이라, 짧은 시간이지만 파트타이머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 시간에 돈이라도 벌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꽤나 보람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의 하루를 위한 한 끼를 준비해 내는 일.
점심 식사를 건네는 그 시간이 누군가에겐 하루의 시작일 테고, 나는 그 출발선에서 작은 응원을 보내는 셈이다. 그렇게 세 시간 정도 일을 마치고 나면, 남편이 퇴근 시간에 맞춰 데리러 와준다.
그날은 남편과 함께 늦은 점심을 먹고, 천천히 동네를 산책하듯 걸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부부는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나름 꽤 사이좋은 부부라고 생각한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동안 방치해 뒀던 지하실을 혼자 정리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사랑스러운 반려견, 가을·하늘·봄이를 차례로 씻기고 나니 피곤이
몰려와 침대에 살짝 누워 눈을 붙였다.
그 사이 남편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서 데려와 같이 놀아주었고,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남편은 프리랜서로 배달 일을 하고 있다.
때로는 아이를 태우고 함께 배달을 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아이가 부모의 일을 직접 보며 자라는 것이 좋은 영향을 줄 거라 믿는다.
잠들기 전, 아이 아빠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렸다.
“아빠, 또 배달할래요.”
남편이 물었다.
“왜 또 하고 싶어?”
아이의 대답은 이랬다.
“사람들이 배고파하잖아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도 남편도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 하하하, 맞아 별아. 배달하는 일은 정말 멋진 일이야."
나는 그렇게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 짧은 한마디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누군가의 배고픔을 생각하는 그 따뜻한 마음.
순수한 시선에서 비롯된 말 한마디가,
오늘 하루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오늘만큼은, 아이에게 한 걸음 배웠다.
아이의 마음은 맑고 투명해서,
어른인 나에게도 새롭게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는, 아이를 돌보는 동시에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맙구나, 내 아이.
그리고 오늘을 함께 살아낸 나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