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느낌 그대로
재탕을 즐기지 않는 편이야. 2번 이상 본 것들은 손가락 열 개로 다 꼽을 정도. 계기는 또렷하지 않지만, 이유는 하나야. 처음은 반복되지 않는다.
당시의 상황, 생각과 감정 등이 작품과 한데 합쳐져 얻어지는 것들이 있어. '당시'라는 단서를 다는 건 재료의 모양과 가치가 시간이 흐르며 변하기도 하니까.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혹시 알까? OST 전주만 들어도 여전히 심장을 움켜잡게 되는데 말이지. 그치만 2004년의 화면 너머도 그 너머의 나도 2021년과 아주 달라. 나중의 나와 처음의 내가 다른 까닭에, 다시 보면 아쉬움 같은 게 들기도 하더라고, 첫 감동이 무색할 정도로. 뭐, 이런 이유야. 그래서 정말 좋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여러 번 보지 않게 되는 것 같아.
대신 심장을 부여잡게 만든 무언가를 잘 간직하고픈 마음이 있지. 인상 깊던 감상을 곱씹으면서, 줄거리 인과를 낱낱이 펼쳐보면서, 몰입하는 거야. 결말을 알고 나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 처음 볼 때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어. 그리고 마음에 담아 묵힌다, 묵직한 여운이 그득하고 든든하게. 자꾸 열어 보면 식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재탕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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