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Inception
한국 학사로 독일, 그리고 독일 회사에서 2번의 디자이너 오퍼를 받았다.
수백 번의 지원을 했고, 셀 수 없이 많은 고배를 마신 후, 최종 오퍼를 받았다.
수많은 거절 메일을 확인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고, 여기까지라 생각하며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적도 많았다. 그리고 마침내 독일에서의 오퍼를 손에 쥐었을 때, 나는 그 긴 여정의 끝을 본 것만 같았다.
외국 학위도, 흔한 어학연수 경험도 없는 내가 어떻게 독일에서 2번의 디자이너 오퍼를 받을 수 있었는지 궁금한 시선들을 종종 접한다. reddot과 iF 등 공신력있는 국제디자인공모전에서 수상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인터네셔널한 경력과 경험이 전혀 없었던 터라 나의 경로가 낯설게 보일 수도 있을것 같다.
독일 내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나 유럽권 학위 소지자, '유럽인' 자체로 이미 유리한 상황에서, 나는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로 그 강도 높은 경쟁을 뚫어야 했고, 게다가 원격 근무를 희망하는 포지션이었기에 경쟁률은 더 치열했다. 그만큼 더 준비했고, 포기하지 않으며 계속 도전했다.
그렇게 도달한 두번의 오퍼는 마침내 나의 노력을 인정해준 결실이었다.
한국 학사만으로 어떻게 독일에서 리모트 포지션으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는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잠시 생각하는 척을 한다. 내가 줄 수 있는 대답은 늘 똑같기 때문이다.
그저 오늘도 공고를 검색하고, 읽고, 지원하라고.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답이다. 당신이 유럽인도 아니고 외국 학위와 네트워크도 없으며, 유창한 유럽어도 갖고 있지 않다면, 특별한 지름길도, 비법도 없다. 내가 했던 일은 단지 매일 새로운 공고를 확인하고, 하나하나 지원을 반복하는 것뿐이었다. 계속되는 거절로 유독 감정이 차오르는 날이 있다면, 맥주 한 잔과 고강도 탄수화물로 위로하며, 다음 날 다시 반복적으로 시작하면 된다.
취업은 실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 하는 일이며, 그중 하나는 분명히 ‘운’이다. 실력을 쌓는 것은 기본이지만, 나에게 타이밍이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이 도전하고 실패를 견뎌냈는지도 중요한 요소다.
나는 그저 기계처럼 지원서를 넣고, 꾸준히 도전했을 뿐이다. 결국엔 내게도 행운의 여신이 손을 내미는 순간이 찾아왔다. 그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수많은 순간들을 견뎌야 했지만, 이제 그것들은 지나가버린 대과거일 뿐이다.
나는 그렇게 나의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