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Inception
독일에 왔다. 특별한 목표도 없이, 그저 왔다.
오랜 시간 쌓인 피로와 답답함을 씻어내듯, 일단 그동안 하지 못했던 여행을 마음껏 다녔다. 쉬고, 또 쉬며 숨을 고르다가 생각에 잠기고, 또 쉬었다.
나는 나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이 있는가? 아니면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걸까?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건, 여기에 계속 머물고 싶은 의지가 내게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이런저런 마음속의 목소리를 들으려 애썼지만, 선명한 답은 찾아지지 않았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주변 사람들도 내가 대륙을 넘어 이 멀리까지 ‘그냥 왔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듯했다. 목적없이 여기 온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이 점차 부담스러워졌고, 나 또한 그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나 스스로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었다. 고민은 점점 깊어졌고, 현실적 문제가 하나둘 눈앞에 다가왔다. 무엇보다 빠르게 사라져 가는 통장 잔고가 점점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처음부터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현실을 돌파할 용기를 지탱해줄 단단한 베이스가 아직 내게는 없었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또다시 무언가를 간절히 바랄 순간이 찾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주저 없이 손을 뻗어 잡을 수 있을지. 그 순간이 언제쯤 내 앞에 펼쳐질지. 여전히 나는 눈앞의 현실과 막연한 생각들에 맴돌며, 같은 자리에 발이 묶여 한없이 돌고만 있는 것 같다.
결국 지금의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잃어버렸고, 하고 싶은 게 생긴다 해도 현실적인 이유들로 포기하며 살아왔다. 그런 시간들 속에서 마치 표류하듯, 삶의 갈피를 잡아보려 애쓰고 있을 뿐이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이 순간이 지나면 내가 진정으로 찾고 싶은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어쩌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내가 독일행을 선택한 이유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