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Inception
그때도, 지금도, 나는 항상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뿐이다.
왜 독일을 선택 했는지에 관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조차도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도 아니고, 꿈에 그리던 나라여서도 아니었다. 단지 그때 내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뿐이었다. 내 취향이나 기호를 따지기에는 그럴 여유도 없었고, 그런 사치는 허락되지 않았다.
한국에서의 삶은 숨막혔다. 직장 생활은 지칠 대로 지쳤고,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텼다.
나는 오랜 시간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꿈을 위해 준비해왔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때로는 희생도 감수했다. 그때는 그저 사람들의 일상에 작은 여유와 재미를 줄 수 있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특별한 명성도, 큰 성취까지 고려하지 않았다. 단순히 내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잠깐의 미소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꿈은 점점 퇴색되었다.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여기 저기 치이면서 내가 처음에 그리던 디자이너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져 갔고, 결국 나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다 지쳐버렸다.
그 시절이 가끔 떠오르면 '그저 대과거일 뿐'이라고 되뇌이는게 내가 할수있는 전부이다.
이제는 어쩌다 아주 가끔씩 내 감정의 파동을 다르게 할 수 있는 작은 파편의 기억일 뿐이지만, 몇몇 파편들은 그저 하나의 '대과거'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선명하고 강렬했던것 같다. 그 강렬했던 대과거는, 가끔씩, 아주 가끔씩 지금도 내 마음속에 잔물결이 번지게 한다.
감정적으로 휩쓸려 결정을 내리지 않으려 애썼다. 독일로 떠나는 선택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단지,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 순간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결정을 했을 뿐이다. 그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항상 결정적인 순간에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렇게, 단출한 이민 가방 하나와 작은 배낭 하나를 들고 무작정 독일로 떠났다. 확실한 계획도, 뚜렷한 목표도 없었지만, 그저 나를 믿고 진행한 선택이 옳기를 바랬다. 8000km를 넘어, 나는 또 다른 삶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