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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민 Apr 21. 2024

M저씨의 Z세대 관찰일지

80년대생이 운다

프롤로그


 영화 인턴 속 남자 주인공인 벤(로버트 드니로)은 과거 전화번호부 출판 회사 "덱스 원"의 임원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직을 하고 노년의 시간을 즐기던 도중 70세의 나이에 인턴쉽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여자 주인공 줄스(앤 해서웨이)가 운영하는 회사로 입사하게 된다. 벤은 줄스의 개인 비서로 배정되어 업무를 수행하게 되고 시니어 인턴쉽 프로그램에 회의적이었던 그녀는 점차 자신의 경험과 처세술을 바탕으로 회사에 선한 영향력을 펼쳐가는 벤을 보며 그를 신뢰하게 되면서 영화 후반부에는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된다. 70세의 벤은 어떻게 회사 사람들과 딸 같은 나이의 젊은 CEO의 마음을 얻었을까? 2015년 이 영화를 극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 내 옆에서 함께 영화를 관람하던 분이 내가 있는 현실세계의 “벤”이었다. 그는 바로 내 아버지다. 그때 당시 나이가 63세셨지만 53세 정년 퇴임 이후 70세가 된 올해까지 두 번째 경력을 이어오고 계신다. 자신보다 20년 어린 동료들과 함께 회사에서 협업하고 30년 이상 어린 업체나 관공서 사람들을 상대하며 아직도 일을 하신다. 10년 전에는 그가 특별해 보였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그가 답으로 보인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고 AI 발달로 인간의 직업은 더욱 국한되고 고도화되고 있다. 영화 인턴 속 “벤”이나 나의 “아버지”처럼 자신보다 어린 사람들과 어울리며 협업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영화 인턴 속 ”벤”이 될 수는 없을까? 이제는 누구나 “벤”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면서 내 인생의 변곡점은 시작되었다.


 올해 한국 나이 41세가 되었지만, 나도 나름 MZ에 포함된 청년세대이다. 하지만 MZ라는 약어가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구 Y세대, 이하 M세대)와 Z세대의 합성어인 만큼 두 세대 간의 격차는 나름 크게 존재하고 있다. MZ세대에 포한된 80년대 초반 생들과 Z세대의 끝자락인 00년대 초반 생들의 차이가 20년 전 결혼한 현재 40대 초반 부모가 M세대, 자녀가 Z세대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엄청난 격차를 느끼게 된다.


  이제 40대 초반에 들어선 MZ세대의 선두 주자들은 기업이나 공직에서 부서장 자리를 맡기 시작하였다. 부장, 과장으로 불리거나 팀장으로 불리는 M세대가 Z세대의 신입사원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과연 M과 Z세대는 잘 공존하고 있을까? M세대는 90년대를 주름잡았던 X세대들을 모시면서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깊게 자리 잡은 관료주의, 요즘 흔히 말하는 꼰대들이 주도하는 조직문화는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이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흔히 이야기하는 꼰대들이 표면적으로 외형을 바꾸어가며 젊은 세대와 동화되려 노력하고 간섭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분위기는 분명 조성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성세대는 관료주의에 익숙한 의전과 사회문화를 바라고 있으며 이 같은 가치관의 충돌은 세대 갈등으로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와 같은 사회 현상 속에 더 이상 나쁜 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X세대와 모든 가치와 사고를 자기에게 중시하는 Z세대와의 갈등은 말하지 않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Z세대의 잦은 이직이며 자신과 맞지 않은 조직문화를 더 이상 참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M세대는 이 두 세대의 갈등 사이에 끼어서 양쪽의 압박을 동시에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끼어 있는 현재 M세대의 최대의 무기는 “인내”이다. X세대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참아내며 Z세대의 신선한 불평을 감수하고 있다. 


서두에 말했듯 나도 나름 MZ세대이다. 2023년부터 10개월 간 강남에 있는 영어회화 학원에서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영어실력을 쌓았다. 매달 많은 사람이 오가는 만큼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고 회화학원인 만큼 영어로 서로의 관심사나 근황을 나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획일적으로 책상 방향을 앞으로 놓고 앉아 있는 수업 방식이 아닌 1:1로 수강생들끼리 마주 보며 이야기를 하는 방식인 만큼 사람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았다. 다행히 어린 친구들이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나”를 거부하지 않았고 그들의 무리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렸으며 자연스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많은 사람을 만났다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적은 수치 일 수 있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다양한 자료와 서적들을 활용하여 “나”, M저씨가 바라본 “그들”, Z세대의 관찰일지를 써 내려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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