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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길모 Oct 10. 2024

괴물을 위한 변명 2

 그는 바로 제임스 팰런(James Fallon, 1947~2023)이며 그의 저서 『사이코패스 뇌과학자』를 통해서였다. 미국 UC 어바인 의대 교수인 제임스 팰런은 저명한 뇌신경과학자였다. 그는 친한 교수의 의뢰로 연쇄살인마들과 일반인들의 뇌 스캔 자료를 블라인드 테스트로 연구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일반인의 뇌 그룹에서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의 뇌 스캔 자료가 섞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누구의 것인지 찾아보게 된다. 그것은 바로 팰런 자신의 뇌 사진이었다. 팰런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사건을 곧 잊어버렸다. 그러나 며칠 뒤 가족 모임에서 계보학(가계도를 연구하는 학문)에 관심이 많은 사촌을 통해 팰런의 부계 혈통에서 악명 높은 친족 살해범(미국 역사상 최초 근친 살해범이었다)과 흉악범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친족 유전자를 살펴보았다. 검사 결과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 형제들까지도 전사戰士, warrior 유전자로 대표되는 고위험 변이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팰런은 학창 시절 약사인 아버지 덕분에 몇 가지 화학약품을 섞어 유사 폭탄 물질을 개발했다. 그는 그것으로 불을 지르고 다녔고 장례식이나 결혼식, 지인들과의 중요한 약속을 어겨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거기다 잦은 외도를 저질렀음을 고백했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사이코패스 뇌를 가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팰런의 이러한 사이코패스 기질을 누구보다 그의 부모가 잘 알지 않았을까. 그는 왜 감옥에 있지 않고 대학의 교수가 되었으며 벤의 부모와 팰런의 부모는 어떤 점에서 달랐을까? 

『다섯째 아이』 속 벤의 아버지 데이비드는 아이를 요양원에 버리지만, 팰런의 아버지는 늘 아들을 데리고 낚시를 하러 다녔다고 한다. 또 펠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장애인 시설이나 병원에 약 배달 심부름을 자주 시켰고 그곳에서 그는 장애아들에게 유쾌한 말벗이 되어 주었다. 그가 반사회적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자애로운 아버지와 통찰력 있는 어머니가 일찍부터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보고 잘 이끌어 주었기 때문이다. 

 팰런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되는 데에는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는 ‘세 다리 의자 이론’을 주장했다. 첫 번째는 이른바 양심 중추라 일컬어지는 뇌의 전두엽 중에 눈 뒤쪽의 안와 전두 피질과 코 뒤쪽 윗부분의 복 내측 전전두 피질의 기능 저하다.

 두 번째는 모노아민산화효소(MAOA)의 변이 유전자 즉 전사戰士, warrior 유전자다. 이것은 주로 남성에게서 발견되며 전사 유전자를 가진 청소년은 다른 사람보다 갱단에 들어가거나 흉기 사용 가능성이 크게 나타났다. 

 세 번째는 어린 시절의 감정적, 신체적, 성적 학대이다. 수감된 사이코패스 중 70%(기억에 의존하므로 거의 90% 일 것으로 추측했다)가 유아기에 신체적, 감정적 학대나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설문에 답했다. 팰런은 두 개의 다리를 가졌지만, 부모의 올바른 양육과 교육 덕분에 학습된 공감으로 ‘친사회적 사이코패스’가 되었다. 펠런은 자신의 뇌 사진을 보기 전까지 ‘벤’과 같은 사이코패스들은 100%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으로 그들도 사회 친화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환경 결정론자’가 되었다.      

 만약 내 자식이 벤처럼 사람만 만나면 물어뜯고 두들겨 패거나 팰런처럼 하루가 멀다고 불을 지르고 남의 물건을 훔친다면 벤의 아버지처럼 아이를 어디에 가두고 싶어질 것이다. 팰런의 부모처럼 문제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끝없는 인내와 사랑으로 보살필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첫째, 부모의 행동은 아이들에게 선과 악, 양심 형성의 결정인자가 되므로 부모는 자녀에게 섬세한 거울이 되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아이의 문제를 감지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부모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문제 행동 아동을 전학 보내야 할 골칫덩어리로만 보지 않는 책임 있는 학교의 역할이 전제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는 문제 아동 가족이 정신 보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과 서비스의 지역적 차별을 낮춰야 한다. 

 성인이 된 다음 사이코패스들을 교도소에 가두어 갱생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성격 형성이 완료되는 20대 전에 그들에게 타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공감과 교감을 가르쳐야 한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한다면 더 많은 ‘벤’들을 감옥이 아닌 가정과 학교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사이코패스들의 일상적인 범죄로 희생자 가족의 일상이 무너지는 뉴스가 줄어들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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